[사진]대한축구협회
[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축구가 9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하면서 본선행 좌절 시 우려됐던 '재앙'은 막았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가지 못했다면 대한축구협회가 대형 스폰서들과 재계약에 실패하거나 계약액이 대폭 줄면서 엄청난 후폭풍이 불가피했다.

축구협회의 예산 삭감에 따른 유소년 및 초중고·대학 등 아마추어 리그 지원 축소와 프로축구 K리그에 대한 관심 저하로 한국 축구판 전체가 급격하게 위축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국축구에 밀어닥칠 쓰나미는 일단 피할 수 있게 됐다.

월드컵 본선 진출로 가장 가슴을 쓸어내린 건 축구협회다.

만약 한국이 우즈베키스탄에 패해 직행 티켓을 놓치고 3위 플레이오프를 거치고도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면 협회는 축구팬들의 집행부 총사퇴 요구에 직면할 수도 있었다. 다행히 마지막 경기에서 조 2위로 러시아행 티켓을 따내면서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

아울러 대형 스폰서들의 후원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축구협회는 나이키와 KEB하나은행, KT, 네이버, 교보생명, 현대자동차, 아시아나항공, 코카콜라, 서울우유 등 9개사와 후원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연간 후원액 규모는 29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스폰서인 나이키는 2019년까지 현금 600억원(연간 75억원)과 물품 600억 등 1천200억원을 지원한다. 2022년까지 계약된 KEB하나은행도 1998년부터 대표팀을 후원해 왔다.

대부분 계약 기간이 2019년까지여서 본선 진출에 실패하더라도 당장 계약 해지 등 사태로 번지지 않겠지만 2019년 초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 후원 금액의 대폭 축소가 불가피했다.

올해 예산으로 798억원을 편성한 축구협회는 절반에 가까운 418억원을 후원액 등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후원액 감소는 협회에 직격탄이 될 수 있었다.

예산이 축소되면 올해 187억 원의 대표팀 운영비와 158억원을 배정한 FA컵, 초중고·대학리그 등 국내 대회 운영비, 72억 원을 할당한 생활축구 예산 등이 대폭 삭감될 수 있었지만 이를 막을 수 있게 됐다.

월드컵 본선 중계권을 가진 지상파 3사도 안도하기는 마찬가지다.

KBS와 MBC, SBS는 3개사는 1천320억원에 이르는 거액 중계권료를 국제축구연맹(FIFA)에 지불했다.

회사당 440억원의 중계권료를 분담한 가운데 한국이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 엄청난 손실이 발생할 수 도 있었다.

지상파 3사는 한국이 본선에 진출하지 못할 경우 FIFA와 중계권료 인하를 위한 재협상까지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축구의 체질 개선과 대표팀의 본선 경쟁력 확보 등 과제가 남아있지만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는 점에서 우즈베크전 0-0 무승부에 따른 본선행 확정은 '타슈켄트의 씁쓸한 기적'으로 기록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