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홈페이지 캡처
[사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홈페이지 캡처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1회말 1사 만루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낸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다가 황급히 발걸음을 돌렸다.

자신이 사용하는 로진백을 마운드에 그대로 두고 온 걸 뒤늦게 알아차린 것이다.

엉뚱한 모자를 착용해 현지 중계진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김광현은 1회말에 스프링캠프 또는 타격 훈련 때 착용하는 모자를 썼다.

이 모자를 쓰고 1회말 등판을 마친 김광현은 2회말부터 정규리그용 모자로 바꿔 썼다.

기다렸던 메이저리그 첫 선발 등판에서 김광현은 신인처럼 덜렁댔다. 하지만 투구 내용만큼은 KBO리그 최고의 투수다웠다.

김광현은 지난 17일(미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2020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 3⅔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다.

3회까지 무실점 피칭을 이어가다가 4회말 컵스의 5번 타자 이언 햅에게 동점 솔로 홈런을 허용한 것이 '옥에 티'였다.

이 밖에 김광현은 고의볼넷을 포함해 볼넷 3개를 허용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그 외에는 메이저리그 첫 선발 등판으로는 충분히 성공적이었다.

김광현은 KBO 리그에서 정규리그 298경기에 등판했고, 국제무대에서도 대표팀의 에이스로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다.

하지만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로서 처음 등판한 이 날 경기의 긴장감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김광현은 지난달 25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개막전에서 1이닝 2피안타 2실점(1자책)으로 세이브를 챙겼다.

마무리 투수로 시즌을 치르는 듯 보였지만 팀 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나오면서 오랜 시간 강제 휴식을 취해야 했다.

세인트루이스는 다시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됐지만, 그 사이 김광현의 보직은 마무리 투수에서 선발투수로 변경됐다.

김광현에게는 또 다른 출발이었고, 모든 시작이 어렵듯이 김광현은 1회말부터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김광현은 이후 두 타자를 삼진과 내야 땅볼로 처리하고 만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