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KOFA)이 기관 창립 이래 최대 규모로 미보유 영화 필름을 대거 발굴했다.

영상자료원은 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언론시사회를 열어 그간 유실돼 실체를 확인할 수 없었던 1949년부터 1981년까지의 한국 극영화 94편을 포함, 총 450편의 필름을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영상자료원이 이번에 수집한 한국영화 94편은 이만희, 임권택, 정진우, 김수용 등 당대 최고의 감독들 작품이 포함돼 있다.

특히, 이 가운데 노필 감독의 '안창남 비행사'(1948년), 국내에서 두 번째 여성감독인 홍은원 감독의 '여판사'(1962년), 정진우 감독의 '외아들'(1963년), 최하원 감독의 '나무들 비탈에 서다'(1968년) 등 거장 감독들의 데뷔작 4편도 들어 있다.

영상자료원은 "단순히 영상자료원만의 성과가 아니며 그간 취약했던 한국영화 보유율을 획기적으로 확대했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면서 "한국 영화사의 사료적 공백을 상당히 메울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기증자는 1970년대 종로에서 순회영사 사업을 했던 '연합영화공사'의 한규호 대표다.

연합영화공사는 한 대표가 영화 필름 배급업체 10여곳을 통해 설립한 회사로, 당시 TBC, MBC, KBS 등 방송국에 방송용 16㎜ 영화 필름을 납품할 만큼 성업했다.

한 대표는 순회영사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자 필름 배급업을 정리했으나, 당시 수집한 다량의 영화 필름을 폐기하지 않고 여러 군데의 개인 소유 창고에 보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자료들은 기증자의 요청에 따라 영상자료원에서 관리할 방침이다.

영상자료원은 이번에 수집된 작품 중 정진우 감독의 '외아들'(1963년), 임권택 감독의 '전장과 여교사'(1965년), 이만희 감독의 '잊을 수 없는 연인'(1966년), 김수용 감독의 '만선'(1967년), 최하원 감독의 '나무들 비탈에 서다'(1968년) 등 다섯 편을 올해 일반에 공개하기로 했다.

오는 23일 고(故) 이만희 감독 타계 40주기를 기념해 열리는 '한국영상자료원 이만희 감독 전작전'에서 '잊을 수 없는 연인'의 공개를 시작으로 올해 안에 5편이 모두 공개될 예정이다.

이날 언론시사회에는 이병훈 한국영상자료원장을 비롯해 임권택·김수용·정진우·최하원 감독이 참석했다. 또한 고(故) 이만희 감독의 딸인 이혜영 씨와 영화배우 김지미 씨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