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을 앞두고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다이노 타임'에는 그간 개봉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순 제작비 163억원이 들어갔으니 한국 애니메이션으로서는 대작이고 대형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았는데도 2011년 2D 버전, 2012년 3D 버전의 제작이 완성되고도 극장에 걸리지 못했다.

영화에 큰 관심을 보이며 북미 배급을 맡기로 한 영화사 대표의 사망 등으로 북미 개봉이 진행되지 못했고 해외 시장을 노려 제작된 작품이기에 국내 개봉도 덩달아 미뤄졌다.

그 사이에 한국 제작사 레드로버의의 애니메이션 '넛잡'에 "사상 최대 규모로 북미 지역에서 개봉하는 애니메이션"라는 타이틀도, "한국에서 만들어졌으나 할리우드 제작진과 출연진이 참여해 한국 영화 같지 않은 한국 영화"라는 수식어도 빼앗겼다.

'넛잡'은 작년 초 북미 3천개 넘는 영화관에서 상영되며 흥행 대박을 쳤다.

실사 영화보다 애니메이션의 수명이 길기는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대세'가 바뀌는 요즘 영화계에서 수년간 극장 뒤에서 잠들어 있었다는 점은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아쉬운 부분이다.

규칙을 중시하는 엄마 밑에서 자랐지만 천방지축 동네를 누비는 말썽꾸러기 어니는 공룡 화석이 다수 발견된 마을에서 살고 있다.
어니는 동생 줄리아와 함께 친구 맥스의 집에서 발명가인 맥스 아버지가 만든 타임머신을 타고 장난을 치다가 백악기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소재와 줄거리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열 살 아래 어린 자녀를 둔 가족으로 타깃층이 분명히 정해져 있다.

미국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하며 한국적인 정서도 찾아볼 수 없지만, 공룡과 시간여행, 모험, 가족애라는 소재 또는 주제는 보편적이라 세계 어느 지역의 관객이라도 편하게 받아들일 만하다.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나가면서 공룡 시대의 풍경을 그럴듯하게 펼쳐놓았기에 어린이날 영화를 고민하는 가족에게는 충분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미국 전 지역 공중파 TV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 '큐빅스'를 만든 허준범 감독이 존 카프카 감독과 공동 연출을 맡았으며 드라마 '프렌즈' 작가 팀이 참여했다.

한국어 더빙판은 전문 성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으며 영어판은 멜라니 그리피스(타이라), 파멜라 애들론(어니), 롭 슈나이더(다저) 등이 연기했다.

30일 개봉. 85분. 전체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