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6회를 맞은 '독립·예술 영화의 축제' 전주국제영화제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개막작과 레드카펫 행사 등이 펼쳐지는 개막식 입장권이 순식간에 매진되는 등 축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영화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호주의 아리엘 클레이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개막작 '소년 파르티잔'을 비롯해 영화제 역대 최다인 세계 47개국 200편(장편 158편·단편 20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특히 실험 정신이 돋보이는 한국경쟁부문, 올해 첫선을 보이는 전주종합경기장 야외상영작까지 기대작이 넘쳐난다.

◇ 호주 신인 감독의 굵직한 개막작 '소년 파르티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문을 여는 작품은 호주 출신 클레이만 감독의 장편 데뷔작 '소년 파르티잔'이다.
이 영화는 세상과 단절된 채 여자와 아이들만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파시즘과 폭력, 세상의 위선 등을 폭로한다.

주인공인 알렉산더라는 소년은 이 공동체 안에서 암살 훈련을 받고 임무를 훌륭히 수행해 주목을 받지만, 이후 바깥 세계를 드나들면서 공동체의 폭력성에 눈을 뜬다.

영화는 알렉산더라는 소년의 성장 과정을 통해 현실의 부패한 모습을 고발하는 동시에 인간의 연약함을 드러낸다.

공동체의 유일한 성인 남성이자 폭력의 주체인 그레고리 역의 프랑스 유명 배우 뱅상 카셀을 비롯한 주연 배우들의 명연기 또한 중요한 감상 포인트다.

올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았던 이 작품은 스릴러 형식의 단편 영화로 주목받았던 신예 아리엘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영화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 "초보 영화팬이라면 조직위 추천 영화에 주목"

독립·예술 영화가 낯선 관객이라면 영화제 조직위원회에서 추천한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조직위는 해외유수영화제와 평단에서 주목한 영화들을 매년 관객들에게 추천하고 있다.

올해 추천작 중 눈에 띄는 영화는 '휴머니티'와 '플랑드르'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브루노 뒤몽 감독의 신작 '릴 퀸퀸'이다. '릴 퀸퀸'은 세계 평단의 가장 영향력 있는 비평지 '카이에 뒤 시네마'가 선정한 '2014년 베스트 10' 중 1위에 올랐다. 이 영화는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프랑스적인 잔혹극으로 잔학한 묘사와 유머를 섞어 죽음에 대한 독특한 접근을 시도한 작품이다.
영국 영화 '듀크 오브 버건디'도 토론토국제영화제, BFI 런던영화제 등 다수의 해외영화제에 초청된 작품이다. 영국 영화의 미래로 불리는 피터 스트릭랜드 감독의 세번째 연출작으로 황홀한 이미지 연출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야외상영작 '트래쉬'도 독립·예술영화에 익숙지 않은 관객들이라면 선택지에 올려 볼만하다. '트래쉬'는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감독인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신작으로 브라질 리오의 슬럼가에 사는 아이들이 새로운 인생을 찾아가는 성장 과정을 담고 있다. 브라질 특유의 음악이 어우러져 경쾌한 느낌이 드는 이 작품은 전주종합경기장 내 지프라운지 야외상영장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상영될 예정이다.

◇ '창의적·파격적' 연출을 원한다면 '스페셜 포커스'

전주국제영화제 '스페셜 포커스' 부문은 창의적인 연출가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섹션이다.
올해는 그리스 영화의 새로움을 조명하는 스페셜 포커스 '몰락한 신화 : 그리스 뉴웨이브의 혁신'의 상영작인 '새 모이를 먹는 소년', 아르헨티나 출신 감독 마르틴 레트만의 작품 회고전에 포함된 '발사된 두 개의 총알' 등이 영화 관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새 모이를 먹는 소년'은 직업도 없고, 돈도 없고 여자친구도 없는 22살 청년 '아텐'이 유일하게 소유한 애완용 새 카나리아의 은신처를 찾아 떠도는 줄거리다. 이 영화는 2000년대 후반 경제위기 이후 그리스 사회를 반영하는 주제들을 고민해온 '그리스 뉴웨이브'의 특징을 잘 나타낸다. '괴상한 뉴웨이브'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그리스 뉴웨이브 영화들은 극사실주의적인 묘사에서부터 무너진 세계의 풍경과 메타포, 상징의 수사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다.

'발사된 두 개의 총알' 역시 정치적인 이슈를 서사화했던 이전 세대 감독들과 단절하면서 아르헨티나 영화의 진정한 '현대성'을 가져온 인물로 평가받는 마르틴 레트만 감독의 작품이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감독이지만 마르틴 감독은 극단적으로 부조리하고 냉소적인 유머를 구사하며 세상 이면에 대한 쓰디쓴 풍자가 특징이다. 이 영화는 지난해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공개한 신작으로 마르틴 감독의 형식적 원숙미가 절정에 달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마르틴 감독의 장편 영화 6편을 상영하고, 영화제 기간 감독이 전주를 직접 방문에 자신의 영화 세계에 대해 관객과 소통하는 자리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