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한 도시에서 정체 모를 자들에게 쫓기던 남자는 막다른 곳에 몰리자 건물 밖 도로로 자신의 지갑을 내던진다.

이 지갑은 쓰레기 수거차량에 떨어진다. 차량은 쓰레기 매립지에 도착하고 결국 지갑은 처리장에서 일하는 소년 라파엘(릭슨 테베즈)과 가르도(에두아르도 루이스)의 손에 들어간다.

곧 경찰이 들이닥쳐 현상금을 내걸고 지갑을 찾기 시작한다. 두 친구는 하수구에 사는 일명 '들쥐'(가브리엘 와인스타인)에게 지갑을 맡기고 지갑에 숨은 비밀을 찾아 나선다.

앤디 멀리건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바탕으로 한 영화 '트래쉬'는 가장 밑바닥에 있는 쓰레기 더미에서 조용히 빛나는 희망을 찾아내는 이야기다.

주인공 세 소년은 어른들이 자신에게는 없는 열정과 희망을 투영하려 내세운 순수한 존재다. 거친 세계에서 가진 것 하나 없이 살아가는 세 소년은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소중한지 본능적으로 깨닫고 외로운 싸움에 나선다.

그에 반해 어른들의 세계는 쓰레기 같은 악취를 풍긴다. 부패한 정치인과 경찰은 이미 한통속이고, 빈민가의 신부(마틴 쉰)와 자원봉사자 올리비아(루니 마라)는 소년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은 있으나 무기력하다.

소년들은 오로지 신에게 의지해 적극적으로 정의 찾기를 주도해 나간다. 계획도, 실행도 모두 아이들의 몫이다. 그 과정에서 그려지는 소년들의 모습은 더없이 사랑스럽다. 무겁고 어두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영화가 처지지 않고 파릇파릇 생생한 것은 이 아이들 덕분이다.

"옳은 일이니까요"라고 외치는 아이들의 존재는 결국 어른의 비겁한 환상일 뿐이라는 점, 그 사실을 성인 관객들은 대부분 알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세상 어느 쓰레기 더미에는 숨어 있을지도 모를, 사람을 가장 사람답게 하는 본연의 가치인 열정과 용기, 희망에 찬사를 보내는 이 영화는 아름답고 따뜻하다.

'빌리 엘리어트', '디 아워스',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로 이름난 감독 스티븐 달드리는 전작들보다 확신에 찬 목소리로 세상에 감춰진 보석을 찾아낸다.

'러브 액츄얼리', '어바웃 타임'으로 국내 영화팬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긴 리처드 커티스가 각본을 맡았다.

14일 개봉. 113분.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