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와 스페인을 배경으로 촬영한 '와일드 테일즈: 참을 수 없는 순간'(원제 Wild Tales)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여섯 가지 분노 상황에서의 복수를 기발하면서도 엽기적이며 사회풍자적으로 그린 블랙코미디 영화다.

최근 탑승자 전원이 숨졌던 독일 여객기 고의 추락 사건을 연상시키는 오프닝 시퀀스를 비롯해 레스토랑 칼부림, 도로 위 차량 폭발, 관공서 폭탄 테러, 재벌가 뺑소니, 이판사판 결혼식 등 6개 에피소드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진다.

영화는 분노를 매개로 누구나 공감할 만한 상황 설정으로 흡입력 있는 감정이입을 이끌어낸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도 교수, 모델, 재벌, 사업가, 전문가, 사채업자, 빈곤층, 공무원, 회사원 등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현실 군상을 총망라하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공감과 감정이입을 극대화한다.

한적한 도로에서 추월을 방해하며 짜증을 유발하는 운전자, 말이 통하지 않는 융통성 제로의 공무원, 결혼식 날 발견하는 상대방의 외도와 부정 등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거나 겪을 개연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현실의 우리와는 사뭇 다른 '극단의 복수'를 선택한다.

일상 속 분노 상황에서 대부분 참기만 하는 관객들을 대신해 등장인물들이 분노를 표출하며 복수하는 장면들은 개성 넘치는 강렬함과 묘한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아울러 영화는 이런 개인적인 오락 차원을 뛰어넘어 현실사회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고의 항공기 추락사고, 군인과 민간인의 총기 난사, 도로 위 폭력과 보복 운전 등 전 세계적으로 분노조절 장애에 의해 벌어지는 대형 사건·사고가 이 영화의 에피소드와 똑같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런 분노조절장애의 전형을 희극적으로 경고하는 동시에 이런 사회병리학적 현상이 왜 생기고,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고민케 한다.

블랙코미디라는 장르적 속성이 결합하면서 유쾌하고 신선한 동시에 무섭고 사회풍자적인 식감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지난해 전미 비평가협회로부터 외국어 영화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 작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또 미국 시사주간지 '더 타임스'가 뽑은 지난해 최고의 영화 10편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보이후드', '버드맨' 등과 같이 뽑혀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갖춘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5월 21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12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