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국제영화제 예산 지원기준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영진위는 지난해 2억원을 지원했던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에 올해는 예산을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영화제가 프리랜서 2명에게 임금 약 200만원을 체불했다는 게 이유였다.
영진위는 임금 소송과 관련해 분쟁이 있는 단체는 예산 지원에서 배제한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영화제는 해당 프리랜서가 영화제 관련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며 영진위를 상대로 법원에 행정소송을 청구한 상태다.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여기에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이 영진위의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예산 전액 삭감의 빌미가 된 프리랜서 급여 문제에 직접 개입했다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까지 공개되면서 상황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지난달 17일 열린 글로벌국제영화제 육성지원 공모 예비심사 회의록을 정보공개 청구해 열람했다고 21일 밝혔다. 회의록을 보면 위원 중 일부는 영화제의 임금체불이 결정된 사안이 아니라며 지원금을 우선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엄진화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사무국장은 "영진위쪽 관계자로 보이는 위원들이 지원금 철수로 분위기를 몰아갔다"고 말했다.
특히, 영진위는 청구인과 회의록을 열람만 하기로 합의했다며 열람 내용에 대해 사진을 찍거나 기록을 하는 행위마저 막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영진위 관계자와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와 동행한 기자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까지 빚어졌다. 영진위 직원은 동행한 기자의 취재수첩을 찢은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체코 질른청소년영화제, 이탈리아 지포니청소년영화제와 더불어 세계 3대 국제청소년영화제로 꼽힌다. 영화제는 올해 8월5일 개막을 목표로 하고 있었으나 영진위의 예산 전액 삭감으로 운영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아울러 이번에 공개된 회의록에는 부산국제영화제 지원금을 두고 심사위원 5명 가운데 3명이 8억원 이하를, 1명은 12억원을 주장하다가 결국 다수결로 예산을 대폭 삭감한 정황도 나와있다.
앞서 영진위는 작년 14억6천만원을 지원했던 부산영화제에 올해는 8억원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커졌던바 있다.
영화계에서는 영진위의 이런 결정이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해 정치적으로 논란이 됐던 영화 '다이빙 벨'을 상영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물론, 영진위는 이를 완강히 부인했다.
한국에서 가장 큰 영화 행사이자 외국에서도 공신력을 확보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해 영진위 심사에서 최우수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에 불을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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