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개봉하는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미국 로맨스 코미디 영화 '알로하'(Aloha)가 하와이 주민들로부터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언론 등에 따르면 이 영화는 국방부 조사관(브래들리 쿠퍼)가 무기위성의 발사를 조사하기 위해 하와이로 급파, 조사활동을 벌이면서 공군 조종사(엠마 스톤)과 사랑에 빠지고 팀을 이뤄 위성발사를 중단시킨다는 내용이다.

특히 이 영화에는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브래들리 쿠퍼와 '스파이더맨' 엠마 스톤을 비롯해 레이첼 아담스, 빌 머레이, 알렉 볼드윈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총출동해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하와이에 거주하는 다양한 아시아계 주민들은 영화 '알로하'가 하와이의 진면목을 감추고 '백인들의 세상'으로 왜곡시켰다면서 비판하고 나섰다.

아시아계 시민단체인 '아시안 아메리칸을 위한 미디어 액션 네트워크'(MANAA)는 "이 영화는 미국 50번 째 주 하와이의 다양성을 철저히 왜곡·변질시켰다"고 비난했다.

이 영화에서 아시아계 주민들은 말도 하지 못하는 '들러리'로 전락하고 오로지 백인들의 세상으로 그렸다는 것이다.

가이 아오키 MANAA 공동대표는 "하와이에서 백인은 전체 인구의 30%에 불과하다"면서 "하지만, 영화에서는 등장인물 99%가 백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영화는 하와이의 아시아계 주민을 비롯해 문화적 다양성을 모욕했다"면서 "하와이를 배경으로 한 '디센던트', '첫키스만 50번째', '블루 크러시', '진주만' 등 이전 영화도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일부 하와이 원주민들은 이 영화의 제작을 반대해왔다. 영화 제목인 알로하는 '안녕하세요', '잘 있어요', '사랑해요' 등 다양한 의미를 가진 말인데 영화가 이를 싸구려로 전락시켰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이 영화와 감독 크로우는 지난해 소니픽처스 이메일 해킹 사건에서 에이미 파스칼 당시 소니픽처스 공동대표가 "처음부터 잘 못 끼워진 단추"라고 폄하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실제로 6년 전 기획된 이 영화에서 주연은 당초 벤 스틸러와 리즈 위더스푼이었다가 이들이 고사했다. 게다가 감독 크로우도 각본을 일부 수정했지만 파스칼 공동회장이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