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세가 계속되면서 한국영화가 관객몰이를 하지 못하고 있다.
4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3월 이래로 주말 극장가에서 한국영화가 관객 수 1위를 차지하기는 14주 가운데 3주에 불과하다.
이 기간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은 30.4%에 그쳤고 나머지 70% 가까운 관객은 외국 영화, 대부분 할리우드 영화에 내줬다.
할리우드 영화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613만명)를 시작으로 '분노의 질주-더 세븐'(325만명),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1천48만명)을 거쳐 '매드 맥스-분노의 도로'(311만명)까지 관객 수나 화제 면에서도 주목받는 데 성공했다.
특히 '킹스맨'이나 '매드 맥스'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전형에서 벗어난 영화인데도 흥행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드라마나 작품성 면에서 별 볼 일 없이 대규모 액션으로 밀어붙이기만 하는 팝콘 무비로 폄하하기에는 관객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하게 할 만한 웰메이드 영화들이 한국 극장 문을 끊임없이 두드리고 실제 국내 관객들도 이 영화들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영화의 성적은 초라했고 화제 면에서도 미적지근했다.
2월 개봉작인 '조선 명탐정-사라진 놉의 딸'(387만명) 이후에 300만명을 넘은 영화는 '스물'(304만명)이 전부였다.
'악의 연대기'가 209만명을, '차이나타운'이 147만명을 모아 손익분기점을 넘었으나 평작 수준이고 이제 개봉 2∼3주차이지만 '간신'(95만명)과 '무뢰한'(33만명)은 기대를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그보다 앞서 박스오피스 정상을 한 차례 밟기는 했으나 '살인의뢰'는 90만명이 채 안 드는 실망스러운 성적으로 막을 내렸고 '장수상회' '위험한 상견례2', '순수의 시대' 등도 초라한 성과를 냈다.
더 큰 문제는 당분간 한국영화에 돌파구가 마땅치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당장 극장 예매점유율을 비교해 보면 재난 블록버스터 '샌 안드레아스'(37.5%)와 '쥬라기 공원'의 속편 '쥬라기 월드'(14.4%), '매드 맥스'(13.5%), 뚱뚱한 여자의 첩보 코미디 '스파이'(8.8%) 등 할리우드 영화 4편이 총 74% 점유율로 장악하고 있다.
한국 영화는 이번 주 신작인 멜로 범죄물 '은밀한 유혹'조차 6.6% 점유율에 그치고 있다.
'무뢰한'(1.9%), '연평해전'(1.8%), '간신'(1.8%), '악의 연대기'(1.6%)는 줄줄이 1%대 예매점유율에 머물러 '입소문에 힘입은 뒷심' 측면까지 고려하더라도 흥행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할리우드에서는 제목만으로도 주목받을 만한 기대작이 줄줄이 찾아온다.
다음 주 개봉하는 '쥬라기 월드'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공룡 테마 파크를 다시 부각시키려 과학기술을 동원해 새로운 공룡을 창조하는 이야기로 '쥬라기 공원'을 만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총괄 제작자로 이름을 올린 화제작이다.
이어 내달 2일에는 '원조 터미네이터' 아널드 슈워제네거와 한류스타 이병헌이 출연하는 '터미네이터-제니시스'가 개봉해 '터미네이터' 팬들은 이미 설레는 마음을 안고 있다.
인기 시리즈물은 또 있다. 톰 크루즈의 첩보 블록버스터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과 마블 슈퍼히어로 영화 '앤트맨'도 내달 개봉할 예정이고 8월 20일에는 또 다른 슈퍼히어로물 '판타스틱4'가 찾는다.
할리우드 시리즈 블록버스터는 연말까지 예약했다. 11월에는 대니얼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가 나오는 새로운 007 영화 '007 스펙터', 연말 '스타워즈-깨어난 포스'까지 개봉한다.
그에 반해 개봉 대기 중인 한국영화 화제작은 내달 개봉하는 최동훈 감독의 '암살',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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