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의 문화적 다양성을 왜곡했다는 비판 속에 개봉한 미국 로맨스 코미디 영화 '알로하'가 흥행에서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제리 맥과이어'(1996)의 각본과 제작, 감독으로 유명한 캐머런 크로 감독의 신작으로, 브래들리 쿠퍼, 엠마 스톤, 레이철 애덤스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총출동한 이 영화는 지난달 29일 개봉해 첫 주 주말 미국 박스오피스 6위에 그쳤고, 지난 주말에는 9위로 밀려났다.
영화는 국방부 조사관(브래들리 쿠퍼)이 하와이로 파견돼 무기 위성 발사를 조사하면서 공군 조종사 Ng(엠마 스톤)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영국 BBC방송은 캐릭터와 상관없이 무조건 백인 배우를 캐스팅하는 '화이트워싱'(whitewashing) 캐스팅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흥행 부진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화에서 중국과 하와이, 스웨덴 혼혈인 Ng 역을 금발에 녹색 눈을 가진 엠마 스톤이 맡은 게 논란의 중심이다.
아시아계 시민단체인 '아시안 아메리칸을 위한 미디어 액션 네트워크'(MANAA)는 하와이 인구의 60%가 아시아계이고 백인은 30%에 불과하지만, 영화 속 등장인물은 대부분 백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가 하와이의 인종적 다양성을 묘사하는 데 실패한 '화이트워싱'의 대표작이라고 비판했다.
크로 감독은 자신의 웹사이트에 글을 올려 이런 비판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Ng는 붉은 머리카락 때문에 아시아계 하와이 주민으로 보이지 않는 실재 인물을 바탕으로 한 캐릭터라고 해명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아시아계를 백인으로 둔갑시키는 '화이트워싱' 캐스팅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50년대 일본 오키나와를 배경으로 한 영화 '8월 달의 찻집'(The Teahouse of the August Moon.1956)에서 일본인 통역사 역할을 맡았던 배우 말런 브랜도는 아시아인처럼 보이기 위해 눈과 볼에 보철물을 끼워 넣었다.
또 존 웨인이 칭기즈칸(정복자·1956)을, 미키 루니가 일본인인 미스터 유니오시(티파니에서 아침을·1961)를,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클레오파트라·1963)를 연기하기도 했다.
리사 나카무라 미시간대 미국 문화 교수는 당시 할리우드에는 아시아인 배우가 없었지만 오늘날에는 핑계가 되지 않는다며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인기있는 백인 배우 캐스팅을 고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카무라 교수는 "영화 제목보다 미국인 대부분이 아는 유명한 (배우) 이름이 필요한 것"이라며 "역할에는 잘 맞지만 유명하지 않은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은 돈벌이에 적절한 전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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