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오달수, 조진웅, 이경영, 최덕문 등 스타성 또는 연기력으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한데 모였다.
13일 오후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최동훈 감독의 신작 '암살' 시사 후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
'암살'은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로 흥행 연타를 날린 데 이어 '도둑들'(1천298만명)로 대박을 터뜨린 최동훈 감독의 신작이다. '도둑들'을 함께한 이정재와 전지현이 이번에도 합류했다.
최 감독은 일제강점기를 다루며 전작들과 다른 시도를 한 데 대해 자신에게도 무척 어려운 작품이었다고 털어놓았다.
"1년간 쓴 시나리오를 폐기 처분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썼습니다. 제가 시나리오를 이렇게 못 쓰는 사람이었나 자괴감이 들 만큼 어려웠어요. 배우들한테 이미 이런 거 하자고 얘기해 둔 상태라 잘 써야 할 텐데, 하면서 1년을 보냈죠."
그는 재기 넘치는 캐릭터를 화려하게 선보이는 대신 느긋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쪽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불현듯 '도둑들'의 모든 캐릭터가 자신을 보여줬다면 이 영화는 그러지 말아야지 생각이 들었어요. 그 순간 풀렸죠. 관객이 더 느긋하게 캐릭터의 속을 알아간다면 어떨까 했습니다. '도둑들'과 다르게 쾌활함이나 재기 발랄함을 뺀 정공법을 생각했어요. 저도 많이 배웠고 전환점이 될 영화입니다."
1933년 임시정부 경무국 염석진 대장(이정재)이 저격수 안옥윤(전지현)과 신흥무관학교 출신 속사포(조진웅), 폭탄 전문가 황덕삼(최덕문)을 불러모아 일본군 사령관과 친일파 기업가(이경영)를 암살하라는 작전을 전달한다.
'상하이 피스톨'이라 불리는 청부업자(하정우)는 암살단원들을 없애라는 거액의 제안을 받고 자신의 수족과 같은 영감(오달수)과 함께 경성으로 떠난 암살단의 뒤를 쫓는다.
이번 영화는 각 배우의 색다른 모습을 보는 재미가 크다. 이정재는 특히 눈에 띄는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서는 역할이 좋다기보다는 '이거 어렵겠구나' 했어요. 여러 버전을 동시에 준비했는데 어떤 게 더 좋게 표현이 될지 고민을 많이 했고요. 마음의 부담감이 많았습니다."
그는 이번 영화를 위해 15㎏를 감량했다는 점에서도 화제가 됐다.
"후반부 탈의한 장면을 찍을 때 특수분장만으로 표현되지 않는 게 있었어요. 그 장면도 그렇고 다른 장면들에서도 살을 뺀 모습이 염석진이라는 캐릭터에 어울린다는 판단 하에 했습니다.
최동훈 감독은 그런 이정재에 대해 '보면 볼수록 뭐가 있는데 잘 안 보여주는 배우'라는 점에서 이번 역을 맡겼다고 소개했다.
또한 TV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한류스타로서 입지를 굳건히 한 전지현 역시 이야기의 주인공이 돼 극을 끌어가는 데 대한 부담감이 컸다고 했다.
"오래전부터 마음속으로 출연을 결정하고 준비한 작품이라 잘하고 싶었어요. 이런 여자 주인공은 인생에 몇 번 못 만날 거라는 욕심이 들었죠. 개인적으로 비장한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집에 총을 가져가서 연습하기도 했고 옥윤의 단호한 이미지를 표현하려 긴 머리카락도 잘랐어요."
또 다른 주연 배우 하정우는 유쾌하고 낭만적인, 자신에게 꼭 맞는 배역을 연기했다. 중국어, 일본어 등 외국어 연기까지 선보인 부분이 인상적이다.
"(연출작인) '허삼관'을 할 때라 다른 배우들보다 진도가 떨어져 있었어요. 촬영이 임박해 온라인 일본어 수업을 듣기도 했고 매번 산을 넘는 마음으로 외국어 연기를 했습니다."
이날 간담회 장소에서는 전지현과 이정재 외에 조진웅('명량'), 최덕문('명량' '도둑들')까지 다른 '천만 배우'들도 여럿 참석했다.
이 때문에 하정우와 이경영에게는 이번 영화로 '천만 배우'에 낄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하정우는 이에 "그러면 좋겠다. 저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고, 이경영은 곧바로 "저는 나이가 있으니 더 기다릴 수 없어 빨리 천만 영화를 만나고 싶다"고 맞받아 웃음을 안겼다.
최근 개봉작 다수에 조연으로 얼굴을 내민 배우 이경영은 '암살'에서는 친일파 역할을 맡았다.
"이번 역할은 제가 맡은 '나쁜 놈' 순위로는 1위쯤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이렇게 경박스러운 모습을 표현할 수도 있다는 것, 그런 면을 끄집어내 준 최동훈 감독에게 감사드립니다."
배우 오달수는 여러 배우가 함께한 현장 분위기를 '앙상블'이라는 말로 전했다.
"연기의 앙상블이라는 게 촬영 현장에서 카메라가 돌아갈 때뿐 아니라 쉬는 시간을 포함해 나머지 시간 얼마나 좋은 마음으로 보내느냐에 달린 것 같습니다. 배우들이 모두 좋은 시간을 보냈기에 호흡이 잘 맞는 모습이 보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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