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브라이언 윌슨(폴 다노)은 그룹 비치 보이스의 곡을 쓰는 작곡가이자 리더로, 친동생, 사촌, 친구인 멤버들을 이끌었다. 비치 보이스는 이름 그대로 한여름 뜨거운 태양 아래서 살아 숨쉬는 청춘을 노래하는 음악들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20년 후 브라이언 윌슨(존 쿠삭)은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소리들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채 주치의 진(폴 지아마티)의 24시간 보호를 받으며 지내고 있다.
브라이언은 어느 날 차를 사러 들어간 매장에서 만난 판매 직원 멜린다(엘리자베스 뱅크스)에게 반한다. 둘의 만남은 브라이언의 삶을 통제하는 진에 의해 순탄치 않게 흘러간다.
'러브 앤 머시'(감독 빌 포래드)는 전 세계 많은 이들이 청소년기에 듣고 자랐던 곡을 짓고 부른 가수이자 여전히 활동 중인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다.
당연히 '원스'부터 '비긴 어게인', '위플래쉬'까지 그간 국내에서 흥행 대박을 터뜨린 음악영화와는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영화는 손꼽히는 명반 '펫 사운즈(Pet Sounds·1966)'가 탄생하기까지, 화려하게 보여주는 스타가 아니라 음악을 섬세하고도 치열하게 창조하는 뮤지션인 브라이언의 모습을 보여준다.
관객에게 공감이나 감동을 느끼도록 채근하지 않고 차분하게 드라마를 전개하는 것이 이 영화의 큰 강점이다.
음악영화는 감동을 쥐어짜려 과유불급의 함정에 빠지기 쉽지만, 이 영화는 브라이언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과의 갈등, 그로부터 브라이언을 구원해 내는 멜린다와의 관계까지 드라마를 담담하게 펼쳐 나간다.
음악 역시 관객의 귀에 억지로 떠안기는 것이 아니라 극 안에 조화롭게 녹아들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브라이언과 세션그룹 레킹 크루가 호흡을 맞춰 곡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부터 배우들의 목소리를 통해 비치 보이스의 노래가 울려퍼지는 장면들까지 음악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는 순간이 많다.
폴 다노가 연기한 1960년대의 브라이언, 존 쿠삭이 연기한 1980년대의 브라이언은 닮은 듯 다른 매력으로 채색돼 관객에게 즐거움을 안긴다.
3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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