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걸스는 3일 오후 4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정규 3집 '리부트'(REBOOT) 발매 쇼케이스를 열었다. 멤버들에게는 밴드로 전환하게 된 계기와 소감을 묻는 말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원더걸스는 "밴드로 준비했던 과정은 만족스러웠고, 개개인 모두 성장한 느낌이 들었다"며 "밴드 활동은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원더걸스는 컴백에 앞서 원년 멤버인 선예와 소희가 탈퇴하고, 원년 멤버였다가 솔로 가수로 전향한 선미가 다시 합류했다. 또 댄스 그룹이 아닌 4인조 밴드로 변신한다고 예고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날 쇼케이스에서는 예은이 피아노, 유빈이 드럼, 선미가 베이스, 혜림이 기타를 맡아 무대 위에서 처음으로 기량을 뽐냈다.
예은은 "(밴드 전향을 결정하면서) 원더걸스가 춤을 안 춰도 될까 하는 고민이 가장 컸다"며 "따라부르기 쉬운 노래와 춤이 원더걸스가 사랑받은 이유이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악기를 연주한다고 했을 때 대중이 좋아해 주실까 걱정했지만 곡이 나오고 춤을 접목시키면서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댄스 그룹 시절부터 레트로(Retro·복고) 풍 음악으로 사랑받은 이들은 이번 3집도 레트로를 앞세웠다.
멤버들은 1980년대 프리스타일, 레트로 팝, 슬로 잼 등 다양한 장르를 자신들만의 스타일과 사운드로 재해석해 세련된 음악을 만들어냈다는 게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의 설명이다.
유빈은 "1980년대 분위기를 재현하기 위해 두 달 동안 당시 뮤지션들의 음악만 계속해서 들었다"며 "지금이 2015년인지 1987년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고 웃었다.
이어 선미는 "저희는 그 시대 음악을 듣고 자란 세대가 아니라서 그런지 음악을 들으면 새로웠다"며 "그 음악들을 원더걸스의 색깔로 해석해서 표현하는 것이 이번 앨범의 차별점이다"고 설명했다.
또 타이틀곡인 '아이 필 유'(I Feel You)를 제외하고는 멤버들이 '베이비 돈트 플레이'(Baby Don't Play), '캔들'(Candle) 등 전 수록곡의 작사·작곡에 참여해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악기를 연주하는 게 곡의 작사·작곡 작업에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아이 필 유'(I Feel You)는 이들을 키워 낸 프로듀서 박진영의 자작곡으로, 1980년대 초 뉴욕에서 시작된 프리스타일(Freestyle) 장르다. 1980년대 후반까지 강세를 띤 프리스타일 음악은 신시사이저 악기들과 싱코페이션(Syncopation·당김음) 기반의 화려한 리듬을 결합시킨 장르로, 주디 토레스·커버 걸스 등의 뮤지션들이 이끌었지만 몇 년 만에 쇠퇴했다.
예은은 "박진영 프로듀서가 곡을 처음 들려줬는데 정말 신선했다. 처음 들었는데 소름이 돋았다"며 "대중이 듣기에는 낯설지 모르지만 굉장히 신나는 음악이다. 두세 번 들으면 더 좋아지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1980년대 레트로로 앨범 콘셉트를 결정한 뒤 밴드 연습에 나섰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1년 6개월 동안 수없이 고비를 맞았다고 했다.
선미는 "악기 연습을 할 때 뭔가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 들었다"며 "실력이 조금씩 늘다가 어느 순간 정체되는데 그 시기에 많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예은은 "거의 멤버 한 명씩 돌아가며 연습실을 박차고 나가 울었던 것 같다"며 "혼자 열심히 해도 다른 멤버와 맞추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도 한 명이 빠지면 합주가 안 되니까 서로 북돋아주며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날 멤버들은 악기를 연주하며 히트곡 '텔 미'(Tell Me)의 밴드 버전을 오프닝 무대로 선보였고, '아이 필 유' 무대에선 연주보다 댄스에 치중하며 노래했다.
이날은 라이브 연주를 선보였지만 방송사 시스템상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선 '핸드 싱크'(악기를 실제 연주하지 않고 반주에 맞춰 시늉하는 것)를 해야 한다. 또 앨범에서도 멤버들이 아닌, 전문 연주자들이 참여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럼에도 변신에 대한 기대 덕인지 이날 낮 12시 공개된 타이틀곡 '아이 필 유'는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다.
원더걸스는 멤버 탈퇴, 미국 진출, 해체설 등 부침을 겪으며 3년이라는 공백기를 거쳤다. 특히 최정상의 자리에 있을 때 미국에 진출해 한국 팬들에게는 이름이 잊히기도 했다. 미국 진출 당시 아쉬움은 없었는지 묻자 "후회는 없다"며 힘줘 말했다..
예은은 "안 믿으시겠지만 저희에게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버스 안에서 라면 끓여 먹는 등 기억에 남는 추억도 많다. 미국 가기 전에는 여유가 없었는데 거기에서는 저희가 뭘 좋아하고, 하고 싶은지 고민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때는 어렸고, 가진 것을 내려놓는 것에 대한 부담감, 두려움이 없었다"며 "그랬기 때문에 저희가 이렇게 밴드에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한번 사는 인생 이것저것 많이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원더걸스는 탈퇴한 멤버 선예, 소희와 꾸준히 연락을 유지한다며 이번 컴백에도 응원 메시지를 계속해서 보내오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탈퇴했다가 5년 만에 멤버로 돌아온 선미의 감회는 남달랐다.
선미는 "원더걸스 컴백은 솔로 활동하면서 차근차근 준비했다"며 "이번 앨범은 저희가 서로 머리 쥐어뜯으면서 고생해서 만든 앨범"이라고 했다.
이어 "아직 얼떨떨하지만 우리의 활동을 알릴 수 있어 좋다"며 "원더걸스의 새로운 모습을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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