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등장한 신조어 '3포 세대'는 취업난과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로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청년층 세대를 말한다.
최근에는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가 포기 목록에 추가로 들어가면서 '5포'로 확장됐고, 결국 희망과 꿈마저 포기해야 하는 '7포 세대'라는 용어까지 생겼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이런 청년층의 어려운 현실을 블랙코미디라는 형식을 통해 감각적으로 그려낸 영화다.
엘리트의 삶을 꿈꾸던 고등학생 수남(이정현)은 타고난 손재주로 14개에 이르는 자격증을 취득한다. 그러나 이내 컴퓨터의 등장으로 자신이 생각했던 일자리가 없어지면서 간신히 공장에 취직하게 된다.
수남은 공장에서 장애가 있는 남편을 만나 결혼한다. 그러나 순수함을 가지고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 부부에게 비합리적이고 냉혹하다 못해 잔인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남편의 병간호와 남편의 평생소원인 내 집 마련을 위해 수남은 닥치는 대로 신문 배달, 청소, 식당 보조 등의 일을 한다.
하지만,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열심히 일하던 수남에게 돌아오는 것은 치솟는 물가에 나날이 빚만 쌓이는 현실뿐이다
이윽고 수남이 '살인적인 노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신문 던지기, 명함 날리기 등의 기술은 '살인 재능'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노동의 대가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세상에 대해 순수하고 착한 수남의 '의도하지 않은 복수'가 펼쳐진다.
영화는 언제나 성실한 수남을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상한 나라를 다녀온 '앨리스'에 빗대며 디스토피아적인 사회 현실을 풍자한다.
배우이자 가수인 이정현이 1996년 장선우 감독의 '꽃잎'으로 데뷔한 이래 두 번째로 원톱 주연으로 나섰다.
이정현은 '꽃잎' 당시 만 15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소름 끼치는 연기로 영화계에 큰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꽃잎'으로 제34회 대종상 영화제, 제17회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 수상의 영예까지 안았으나 이후 가수 활동에 치중했다.
그녀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여전히 앳된 얼굴과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하고 깊은 캐릭터 연기를 선보인다. 이정현은 예산이 부족한 이번 독립영화에 '노 개런티'로 출연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이번 영화는 30대 신진인 안국진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총제작비가 3억 원에 불과한 독립영화였지만, 기발하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과감한 특수분장과 컴퓨터그래픽(CG)을 구현하며 한 편의 감각적인 영화로 거듭날 수 있었다.
8월 13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9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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