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작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는 가정주부가 아닌 자신의 인생을 찾겠다며 집을 나간 아내가 1년여 만에 돌아와 남편에게 아이를 내놓으라며 양육권 소송을 거는 이야기를 다뤘다.
이 영화는 갑자기 엄마의 역할까지 대신하다가 직장에서 해고까지 당하며 겨우 아버지로서 자아를 찾지만 아이를 빼앗기게 된 남성의 '억울한' 부성애에 집중하는 바람에 여성의 자립은 모성을 포기하는 부정적인 일로 비친다.
이 영화에서 엄마와 아빠를 연기한 배우가 메릴 스트립과 더스틴 호프먼이다.
이후 35년이 지났고 메릴 스트립은 60대 중반의 노년기에 접어들었으나 여전히 여성의 자아 찾기는 험한 일임을 영화 '어바웃 리키'는 보여준다.
'어바웃 리키'의 주인공 리키(메릴 스트립)는 뮤지션으로서 꿈을 위해 어린 자식들을 떠났으나 낮에는 마트 계산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작은 클럽 무대에 올라 다른 가수들의 노래를 부르는 실패한 뮤지션이다.
리키는 사위의 외도로 심리적으로 무너져 버린 딸 줄리(마미 거머)의 소식을 전하는 전 남편 피트(케빈 클라인)의 전화를 받고 줄리가 머무는 피트의 집으로 향한다.
딸은 "결혼식 때는 안 오고 이혼한다니까 오느냐"고 빈정대고, 결혼을 앞둔 아들은 결혼식에 엄마를 초대할 생각이 없는데 결혼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난감하고, 게이인 또 다른 아들은 자신의 성적 취향을 알기는 하냐고 비꼰다.
입체적이고 현실적으로 그려진 리키라는 인물의 연기는 매력적이다.
관객 자신도 길거리에서 만난다면 위아래로 훑어볼 것만 같은 '이상한 아줌마' 리키는 실패한 관계를 인정할 줄 알고 삶에 진심과 열정을 담을 줄도 아는 살아 있는 캐릭터다.
"우리가 당신의 꿈인 줄 알았지"라는 전 남편에게 "꿈이 두 개면 안 돼?"라고 받아치는, '난 게이로 태어났어요"라는 아들에게 "난 리키로 태어났어"라고 답하는 촌철살인의 대사도 생생하다.
이 캐릭터의 모든 모습을 살려낸 메릴 스트립의 연기에는 관록이 묻어나며 메릴 스트립의 실제 딸인 마미 거머와의 모녀 호흡도 흥미롭다.
리키와 그의 밴드 '더 플래시'가 들려주는 노래는 겉돌지 않고 이야기 속에 조화롭게 녹아든다.
영화는 모녀 관계보다 나이가 먹도록 이어지는, 평생 끝나지 않을 한 여성의 자아 찾기에 초점을 맞춘다.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엄마에게 가장 가슴을 후벼 팔 만한 이야기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만큼 영화가 지닌 진정성의 힘은 크다.
이 영화를 만든 조너선 드미는 오싹한 스릴러 '양들의 침묵'이 대표작이지만, '레이첼, 결혼하다'를 통해 여성의 심리 묘사에도 이미 솜씨를 자랑한 바 있다.
각본은 '주노'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디아블로 코디가 맡았으며 리키의 연인이자 밴드의 기타리스트인 그렉 역을 배우 겸 가수인 릭 스프링필드가 연기했다.
9월 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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