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황비홍' 스틸컷
[사진]영화 '황비홍' 스틸컷

황비홍이 돌아왔다. 어떤 모습으로 돌아왔는지 궁금하기 전에 일단 귀환 자체에 귀가 번쩍 뜨일 정도로 황비홍은 1990년대 홍콩영화의 특별한 아이콘이었다.

근대화 물결 속에 아편굴이 성행하고 외부 세력은 호시탐탐 대륙 땅을 노리는 혼란스러운 청 말기, 도탄에 빠진 백성에게 무술인이자 의사인 황비홍은 시대가 원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영화에도 이상적인 영웅 캐릭터가 됐다.

쉬커(徐克·서극) 감독과 리롄제(李連杰·이연걸), 위안바오(元彪·원표), 관즈린(關之琳·관지림)이 합심해 만든 '황비홍' 시리즈는 큰 성공을 거뒀고 여전히 많은 영화 팬들에게 설렘을 안기는 작품으로 남아 있다.

특히 리롄제는 황비홍 그 자체가 됐기에 4∼5편에서 자오원줘(趙文卓)의 황비홍을 받아들이지 못한 관객도 상당수였다. 결국 리롄제는 6편에서 다시 황비홍으로 돌아왔다.

'라이즈 오브 더 레전드-황비홍'는 이런 원작과 리롄제의 그늘을 벗어날 수 있을까.

일단 이야기와 스타일 면에서는 변신을 인정할 만하다.

저우셴양(周顯揚)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할리우드 히어로 시리즈물처럼 '황비홍'에 대해 리부트 영화(시리즈물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는 아직 청년티를 벗지 못한 황비홍이 처음 민중을 위하는 대의에 눈을 뜨기 시작하는 모습을 그려 나간다. 황비홍 역을 맡은 배우는 로맨스물로 눈도장을 찍은 훤칠한 외모의 대만 스타 펑위옌(彭于晏)이다.

뇌공을 우두머리로 한 흑호방은 부두를 장악하고 인신매매를 서슴지 않으며 돈을 쓸어담고 있다. 황비홍과 그의 의형제 적화(징보란·井柏然), 춘옥(왕뤄단·王珞丹), 기녀 소화(안젤라베이비)는 부두의 고아들과 함께 흑호방의 은괴 창고를 털 계획을 세운다.

영화는 황비홍이 적진에 직접 침투하고 외부에 있는 동료들과 힘을 모아 적을 무너뜨리는 과정을 범죄를 모의하고 실행하는 서구 영화 장르인 '케이퍼 무비'처럼 그려나간다.

와이어뿐 아니라 컴퓨터에 상당 부분 의지한 듯한 액션 장면들에서도 현대적인 느낌이 묻어난다.

뇌공 역을 맡은 훙진바오(洪金寶·홍금보)의 연륜과 젊은 스타 펑위옌의 패기는 의외로 잘 어울린다. 이들은 청말 무역선이 정박해 있고 상가가 빼곡히 들어선 부둣가라는 무대에서 화려한 액션 장면들을 완성한다.

그러나 젊음과 현대성을 강조한 만큼 원작의 '클래식'한 분위기가 그리워진다는 점은 어쩔 수 없는 이 영화의 한계다.
과도기의 청년인 황비홍의 존재감이 충분히 발휘되지 않은 점, 황비홍이 민중의 영웅으로 성장할 발판을 탄탄하게 깔아줘야 할 후반부에서 이야기의 빈틈이 벌어진다는 점은 끝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9월 10일 개봉. 131분.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