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반에서 성적 꼴찌를 다투던 재화(황정음), 유자(최여진), 미자(박진주)는 젊은이들이 다 떠난 어촌마을을 지키는 처녀들이다.
이들이 마을에 남은 이유는 마을의 유일한 총각 준섭(이종혁)을 짝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준섭의 마음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굳세게 살아가는 재화를 향한다.
그러나 물불 가리지 않는 질투의 화신 유자와, 두 친구 사이에서 이편저편을 오가느라 정작 자신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미자의 도발이 만만치 않다.
악착같은 세 여자의 사활을 건 '총각 쟁탈전'으로 조그마한 시골 마을이 들썩이기 시작한다.
영화 '돼지 같은 여자'는 한때 갈치잡이로 유명했으나 어획수확량 급감으로 주민들이 떠난 황량한 마을에서 유일한 총각을 두고 세 처녀가 신경전을 벌이는 이야기다.
장문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8년 만에 관객들과 만나는 이번 영화는 경쾌한 웃음 속에 담긴 인생의 진중한 의미를 깨닫게 하는 장 감독 특유의 연출 방식이 살아 있다.
장 감독은 자신이 나고 자란 남도 지역에서의 어릴 적 자전적인 경험과, 여수의 아름다운 경치와 마을 풍광을 카메라에 담아 영화를 유쾌하고도 동화적으로 그렸다.
이번 영화는 북미 유일의 경쟁 영화제이자 캐나다에서 명망이 있는 몬트리올 국제영화제 '비경쟁 신작' 부문에 초청됐다.
장 감독은 '행복한 장의사'(1999), '바람 피기 좋은 날'(2007)에 이어 자신이 연출한 영화가 모두 몬트리올 영화제에 초청되는 기록을 남겼다.
장 감독은 31일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열린 영화 시사회 직후 간담회에 참석해 "쓰러졌다가 일어나는 생명력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며 "인간의 삶에 대한 의지와 생명력을 경쾌하고 투박하게 담고 싶었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영화는 이런 감독의 연출 의도와 비슷하게 약 3년 전에 촬영을 마치고도 개봉하지 못하다가 올해 가까스로 개봉에 성공했다.
돼지는 예로부터 복을 가져다주는 존재다. 또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사람들의 생활에 보탬이 되는 긍정적인 동물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돼지 역시 생활력이 강하고, 헌신적이며, 사랑스러운 존재다.
영화 제목인 '돼지 같은 여자'의 주인공인 황정음은 자신의 행복보다 가족의 생계와 남동생의 꿈을 위해 돼지를 키우는 억척스러운 어촌 처녀를 연기했다. 이번 영화가 5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황정음은 "세상에서 가장 예쁜 캐릭터였다"며 "무엇보다도 제목이 아주 좋아 영화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9월 10일 개봉, 15세 관람가. 1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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