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아일랜드 더블린, 크리스티나(글로리아 크레이머 커티스)는 빈민가에서 주정뱅이 아버지, 아픈 어머니, 줄줄이 딸린 동생들과 살지만 학교를 '땡땡이'치고 식당의 작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말괄량이 소녀다.
1960년대 잉글랜드 버밍엄, 상처투성이의 크리스티나(새라 그린)는 새로운 삶을 꾸려 나가려고 애쓰지만, 행운의 여신은 아직 그녀의 편이 아니다.
1989년 베트남 호찌민, 자식을 모두 키우고 난 '그냥 엄마'인 크리스티나(드어드리 오케인)는 거리의 아이들을 보고 이들을 구렁텅이에서 구해보기로 한다.
'노블'은 불우한 과거를 딛고 베트남에서 빈민가 어린이들을 위한 복지센터를 짓고 구호활동을 펼친 크리스티나 노블의 이야기를 과거와 현재 시점을 오가며 들려준다.
제3세계에서 인도주의적 구호활동을 펼치는 서양인의 영웅담이 지닐 수밖에 없는 한계를 벗어나는 데 이 영화가 성공한 것은 주인공 크리스티나 노블의 현재 모습 못지않게 성장기에 진지하게 접근한 덕분이다.
노블의 성장기와 청년기는 단편적인 장면들로 보여질 뿐이지만, 이들 에피소드가 영민하게 선택된데다 인물의 개성이 생생하고 뚜렷하게 그려져 관객의 공감을 충분히 끌어낸다.
무책임한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어린 크리스티나가 동생들과 함께 찬 마룻바닥에 몸을 웅크리고 잠이 들었기에 중년의 크리스티나가 동양의 거리를 헤매는 고아들을 가리키며 하는 "이 아이들은 나와 같다"는 말이 공허하게 들리지 않는다.
어린 크리스티나와 젊은 크리스티나가 고난에도 꿈을 꾸는 소녀, 역경에도 무너지지 않는 청년으로 그려졌기에 중년의 크리스티나는 베트남 거리를 활기차게 뛰어다닐 힘을 얻는다.
극적으로 말끔하게 빚어진 과거 장면들과 달리 현재의 크리스티나가 꿈을 조금씩 성취해 나가는 이야기가 다소 싱겁고 헐거운 점은 아쉽지만, 감정을 짜내는 영웅주의로 흘러가지 않은 것은 충분히 장점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70만명 어린이와 그들의 가정에 복지시설을 제공한 공으로 영국과 베트남에서 각각 훈장과 우정메달을 받은 노블이라는 인물에 관심을 둔 것은 스티븐 브래들리 감독에 앞서 감독의 아내이자 주연배우인 드어드리 오케인이었다고 한다.
노블의 책을 접한 오케인이 영화화 판권을 사들였고 남편과 함께 2년간 노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각본 작업과 대본 읽기에 나섰다.
노블을 버린 아버지 토머스 역할은 리엄 커닝햄이, 노블의 가장 친한 친구 역할은 루스 네가가 각각 맡았다.
10월 개봉 예정. 100분. 청소년 관람 불가.
Copyrights ⓒ KPOPSTARS <저작권자 © Kpopstar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