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연휴가 3∼5일로 길고 가족 단위로 손님이 들기에 극장가에는 최성수기 중 하나다.

올해도 국내 대형 투자·배급사들이 야심 차게 준비한 대작들이 즐비하고 할리우드를 비롯한 외국 블록버스터 면면도 만만치 않다.

추석 혈투에서 관객 기대감, 화제성, 작품의 완성도 등 여러 면모를 다 따져봐도 누구나 우위를 인정할 만한 영화는 추석 연휴에 한주 앞서 개봉하는 '사도'다.

'왕의 남자'로 10년 전 이미 천만 고지를 밟은 이준익 감독의 사극이다.

사도세자의 죽음이란 한국 관객이라면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일이고, 최고 권력자가 제 손으로 아들을 죽인다는 사건의 성격 자체가 워낙 비극적이라 아무리 대중매체에서 여러 차례 다뤄졌어도 흥미 면에서 반감되지 않는다.

게다가 그 사도세자와 영조를 맡은 배우들이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기자들인 만큼 관객의 기대감을 모을 만하다.

송강호라는 걸출한 배우가 '변호인'의 1천만명 돌파 이후 2년 만에 출연했고, '베테랑'으로 배우 인생 가장 첫 번째 전성기에 오른 유아인이 '베테랑' 열기가 식기도 전에 되돌아왔다.

묵직하지만 처지지 않고 섬세하지만 힘 있는 전개와 배우들의 불꽃 튀는 연기, 몰입도 높은 비극적 이야기가 맞물려 '올해 세 번째 천만 한국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15일 오후 2시 현재 '사도'는 예매점유율 50.4%로, '암살'의 개봉 첫주 예매점유율에 근접했다.

이 때문에 '사도'가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에 대해 벌이는 추석 전쟁 1라운드는 완승으로 끝날 것으로 점쳐진다.

'메이즈 러너'는 할리우드 흥행작의 속편이고 젊은 층으로부터 인기 있는 청춘스타 토머스 생스터·이기홍의 방한 행사가 있었는데도 예매점유율이 18.2%에 머물고 있다.

'사도'가 335개 상영관에서 1천362개 스크린을 점유한 반면, '메이즈 러너'는 320개 상영관에서 878개 스크린을 잡고 있어 이미 경쟁에서 우위를 내줬다.

또 다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 '앤트맨'은 이미 개봉 3주차에 접어들어 기세가 한풀 꺾인 만큼 큰 적수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3대 투자배급사 중 쇼박스가 '사도' 카드를 들고 있다면, CJ엔터테인먼트는 '탐정:더 비기닝'을,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서부전선'을 내세우고 있다.

'탐정'과 '서부전선'은 한주 뒤인 24일 개봉한다.

이들 세 영화에는 남자 배우들이 투톱 체제를 이뤘다는 공통점과 '남남 케미'(男-男 케미스트리)의 성격이 다소 다르다는 차이점이 있다.

'사도'는 영조와 사도세자의 대립각을 치밀하게 파고든 정통 사극이지만, 다른 두 영화는 뭉치는 듯 맞서는 듯 애매한 '남남' 관계를 웃음 요인으로 삼은 코미디다.

'탐정'은 탐정놀이를 즐기는 만화방 주인(권상우)과 베테랑 상남자 형사(성동일)가 마지못해 뭉쳤다가 시너지효과를 내는 추리극을 코미디와 섞었다.

'서부전선'은 휴전 3일전에 동지를 모두 잃고 각각 홀로 남은 남북의 '쫄병'(설경구·여진구)이 서부전선에서 맞닥뜨리는 이야기를 다룬 전쟁 휴먼 코미디다.

화제성 면에서 '사도'가 압도적인 만큼 '탐정'과 '서부전선'은 올여름 '암살'과 '베테랑'이 그랬듯이 차이점을 부각함으로써 추석 극장가 관객을 공유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올해 7∼8월 1인당 영화 관람 편수는 2.4회로, 작년 동기 2.2회보다 높았으며 올해 흥행 상위 3편을 모두 관람한 관객 수는 작년보다 52% 많았다. 여러 차례 극장을 찾은 관객이 많았다는 뜻이다.

외화로는 ’에베레스트'라는 굵직한 영화와 '인턴'이라는 유쾌한 영화도 24일 개봉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휴먼 드라마를 그려낸 '에베레스트'에는 시간·공간적 배경도, 장르도 전혀 다르지만 '사도'를 연상케 하는 묵직함이 있다.

1996년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등반에 나선 상업 등반대의 모습을 통해 대자연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도전정신과 능력을 과신하거나 욕망에 눈이 먼 인간의 어리석음을 장엄한 대자연의 풍경 속에 녹여낸다.

조슈 브롤린, 제이크 질렌할, 키이라 나이틀리라는 스타들도 갖췄다.

'인턴'도 만만치 않다.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의 만남만으로도 눈길이 가기 때문이다.

'프라다 입은 악마'였던 앤 해서웨이가 성공적으로 창업한 30세 사업가 역할을 맡아 드 니로를 70세의 인턴으로 맞이한다.

'로맨틱 홀리데이'의 낸시 마이어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아기자기하고 유쾌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만큼 이런 영화를 좋아하는 젊은 여성 관객의 발길을 붙잡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