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산이 울다'는 중국 산골의 수려한 풍광 속에 펼쳐지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그린 멜로드라마다.
중국 산골 마을, 순박한 청년 한총은 오소리를 잡으려고 산에 폭약을 설치했지만, 이 마을로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는 라홍이 이 폭약을 밟고 사망한다.
마을 사람들은 모여 일 처리를 상의하고, 라홍의 청각장애인 아내 홍샤가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대신에 한총이 홍샤와 아이들의 생활을 도와주는 내용의 계약을 맺게 한다.
두 남녀는 서로 조금씩 끌리기 시작하고, 한총과 좋아 지내던 과부 친화와 마을 사람들의 쑥덕거림도 시작된다. 그런 가운데 홍샤의 어두운 과거도 조금씩 고개를 내민다.
10대 때 미국 뉴욕으로 이주한 이후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와 베이징영화학원 양쪽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유학파 감독' 래리 양이 중국 작가 거수이핑(葛水平)의 2005년 동명 소설을 각색하고 연출했다.
가까운 과거의 아름답고 외딴 산골 마을을 무대로 했다는 점에서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집으로 가는 길', '산사나무 아래'와 같은 영화를 떠올리기 쉽지만, '산이 울다'에는 서구적인 영상미와 현대적인 멜로드라마가 더해져 젊고 생기 있는 분위기가 감돈다.
'비밀'을 중요한 모티프로 삼아 신비로운 분위기를 내는 한편, 막바지 반전도 있어 드라마는 강렬하게 전개된다.
한총과 홍샤, 한총의 아버지, 홍샤의 딸, 마을 주민들에 이르기까지 주연부터 조연까지 캐릭터가 두루 자연스럽고 또렷하게 표현됐다.
폐쇄적인 마을의 권력구조와 음모, 은폐, 군중심리가 어지러이 얽힌 가운데 남녀의 순수한 사랑이 대비를 이루면서 더욱 진한 감정을 뿜어낸다.
'진심'과 '희생'이라는 보편적인 가치는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보는 이의 마음에 어렵지 않게 와 닿는다.
무엇보다 관객의 시선을 잡아끌 만한 것은 향수를 자극하는 아름다운 자연 풍광이다. 산은 외부와 단절된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깊이 품고, 카메라는 이 모든 풍경을 넓게 품는다.
래리 양 감독은 "절벽과 같은 산길을 매일 45분씩 걸어 촬영장소에 도착했고 기상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촬영을 마치고 내려갈 때 3시간이 걸린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주요 무대가 된 장소와 인근에 있는 여러 장소를 결합해 화면을 만들었다"며 "주연 배우인 왕쯔이(王紫逸) 씨가 차로 3~4시간을 이동하고도 내리자마자 뛰어다녀야 했고 랑웨팅(郎月정<女+亭>) 씨 역시 산꼭대기에 올라가 촬영하는 등 고생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순박하면서도 당찬 매력을 동시에 보여준 남녀 주연배우의 활약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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