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임형준)을 극적으로 검거한 형사 상원(성동일).
검거 과정에서 범인의 아내가 총탄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나고, 범인은 사형 선고를 받는다.
상원은 홀로 남은 범인의 딸을 남몰래 데려다 키운다. 아이는 원래 이름인 기정이 아닌 정현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10년의 세월이 지나고 나서 정현(김유정)은 예쁘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18살 여고생으로 자란다.
상원은 느슨한 듯 보이면서도 일 처리에 치밀한 형사지만, 정현에게는 세상 그 어느 아버지에 못지않은 따듯하고 진한 부성애를 보여준다. 이들 부녀의 모습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행복해 보인다.
그러나 정현의 친부에게 살해된 피해 여성의 약혼남인 철웅(손호준)이 정현의 담임 선생님으로 나타나면서 10년 전 그날의 비밀이 서서히 드러난다.
'비밀'은 죄와 벌의 의미와 복수와 용서에 대한 딜레마를 드라마로 아주 잘 풀어낸 영화다.
애지중지 키운 하나뿐인 외동딸을 잔혹하게 살해한 살인마가 사형을 선고받았다면 그를 용서할 수 있을 것인지, 씻을 수 없는 죄에 대한 벌의 양형이 합당할 수 있는지, 살인자에게 순수하고 예쁜 딸이 있다면 그녀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을 것인지 등 영화는 쉽게 풀기 어려운 철학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더불어 용서는 숭고한 일이지만, 용서하지 못하는 고통은 끈질기고 잔인하게 가슴을 파고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가슴 먹먹한 슬픔과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갖춘 드라마는 관객을 자연스럽게 사건의 중심으로 감정이입시킨다.
영화 후반부에 풀리는 비밀과 짜릿한 반전도 드라마의 극적인 몰입감을 높여주는 요소다.
무엇보다도 영화 곳곳에 '윤리'라는 잣대를 설정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딜레마를 심어놓은 점은 이야기의 주제를 한층 강화하는 힘이 된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주로 밝은 모습을 보여줬던 성동일, 김유정, 손호준이 이번 영화에서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캐릭터 연기를 선보이는 것도 관람 포인트다.
성동일은 이제껏 보여준 이미지와는 다르게 웃음기를 쏙 뺀 진중한 카리스마와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김유정은 애인 앞에서 수줍은 소녀, 아버지 앞에서 천진난만한 딸, 학교에서 모범생의 모습뿐 아니라 가슴 깊이 혼자만의 비밀을 간직한 어둠까지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손호준은 가장 행복한 순간을 눈앞에서 잃은 인물을 맡아 진지하고 고독한 감정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한다.
'비밀'은 지난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됐다. '더 테러 라이브'(2013)의 각색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박은경·이동하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10월 1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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