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디판' 스틸컷
[사진]영화 '디판' 스틸컷

프랑스 감독 자크 오디아르의 '디판'은 올해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다.

영화를 보면 왜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영화제이자 유럽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영화제인 칸이 "다양성, 다양성 하더니 결국 최고 영예는 자국 영화에 안기나"라는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유럽을 넘어 전 세계를 뒤흔든 난민 이슈를 정면으로 다뤄 시의성으로는 어떤 영화도 따라갈 수 없고,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인 인간애가 영화의 바탕에 깔렸으며, 감독이 전작을 통해 꾸준히 드러내온 작가적 스타일이 한 단계 진전했다.

내전이 한창인 스리랑카, 타밀 반군 출신 한 남자(안토니타산 제수타산)가 유럽 망명을 결심하고 브로커에게 '디판'이라는 이름의 신분증을 산다.

진짜 디판의 서류에는 아내와 어린 딸이 함께 올라 있기에 남자는 전혀 알지 못하는 여자 얄리니(칼리스와리 스리니바산)와 소녀 일라얄(클로딘 비나시탐비)을 데려와 가족 행세를 하며 프랑스에 도착한다.

셋은 시민권을 얻으려 파리 외곽에서 가족 행세를 계속한다. 그러나 이들이 자리 잡은 곳은 갱들이 지배하는 우범지대다. 이들은 지구 반대편을 돌아 또 다른 전쟁터에 던져진다.

"유럽 카페에서 꽃을 파는 사람은 어디에서 왔나"라는 호기심에서 출발한 영화는 그들의 삶에 다가가고 깊이 파고들며 얄팍한 호기심을 버리고 깊은 애정을 담는다. 세 명의 이민자는 영화 속에서 '캐릭터'가 아닌 '사람'으로 태어난다.

이들의 '유러피언 드림'이 깨지는 원인을 이민자들이나 그들의 모국 안에서 찾지 않고 영화를 만드는 이들의 출신지인 유럽사회 안에서 찾는다는 점도 높이 살 만한 부분이다.

오디아르는 잘 알지 못하는 스리랑카의 이야기를 최소한 분량으로 줄이고 유럽사회 안의 폭력성을 그리면서 이민자들에 대한 구원자나 관찰자 위치에서 벗어나 사람 대 사람으로 이들을 마주한다.

영화가 집중하는 것은 전쟁이나 폭력적인 사회 자체가 아니라 생면부지의 세 사람이 낯선 곳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치고 끊임없이 부딪히다가 서로 진정한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새로운 삶을 향한 꿈이 악몽으로 변하는 모습을 그리면서 영화는 액션과 누아르의 장르적 스타일을 입고 강하게 이야기를 몰아치지만, 결정적인 장면에서 유연하게 몸을 굽힌다.

전쟁터 같은 척박한 환경에서 사랑이 고개를 들고 가장 밑바닥에 던져진 사람들이 가장 인간다운 모습을 보이는 순간, 보는 이들은 저항하지 못하고 이들을 끌어안게 된다.

타밀족 출신 주연 배우들의 사실적 연기는 각 캐릭터에 진심을 더한다.

주인공 디판 역을 맡은 제수타산은 실제로 타밀 반군의 소년병 출신으로 25세 때 프랑스에 망명했다.

자신의 경험을 담은 소설 '고릴라' 등을 펴냈고 2010년 공동 각본가로 참여한 인도영화에서 조연을 맡으며 연기 활동을 시작해 연기 경험은 많지 않다.

얄리니 역을 맡은 스리니바산은 타밀족 출신 인도 배우로 연극과 방송 경험은 있지만 영화 출연은 처음이고 소녀 일라얄 역의 비나시탐비는 스리랑카 타밀족 부모를 둔 프랑스인이다.

이 영화를 만든 오디아르 감독은 2009년 '예언자'로 칸 국제영화제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을 받았으며 이 영화로 황금종려상을 안았다.

22일 개봉. 114분. 청소년 관람 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