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니(앨리슨 브리)는 자신을 성적 파트너 정도로만 여기는 남자 매슈(애덤 스콧)에게서 10년째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이크(제이슨 서디키스)는 잘 나가는 벤처 사업가지만, 여자와 진지한 관계를 쌓지 못하고 아무나 닥치는 대로 만나고 다니는 바람둥이다.
레이니와 제이크는 대학시절 우연히 만나 상대방에게 첫경험 상대가 된 사이다.
첫날밤 이후 연락 없이 지내던 레이니와 제이크는 성인이 된 후 우연히 마주쳐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둘은 모든 건 다 해도 성적 관계만큼은 피하자는 원칙을 세운다.
다른 어떤 장르보다도 신선함을 살리기 어려운 것이 로맨틱 코미디다. 세상에 사랑만큼 흔한 소재도 없고 아직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은 사랑 이야기를 찾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슬리핑 위드 아더 피플'(감독 레슬리 헤드랜드)만 하더라도 줄거리만 놓고 보면 단번에 '19금 로맨틱 코미디'의 고전과도 같은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가 떠오른다.
절친한 친구 사이인 두 남녀는 다른 이성과의 안 풀리는 관계를 서로 상담하고 온갖 성적 농담을 주고받지만, 막상 상대를 향한 진심을 깨닫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못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친구가 연인이 되는 이 흔하디흔한 이야기는 즐겁고 유쾌하고 신선한 로맨틱 코미디로 완성됐다.
색다른 줄거리가 없더라도 매력적인 캐릭터, 대담한 유머, 수긍이 가는 연애담이 잘 어우러진 덕이다.
맹탕으로 남을 수 있었던 이 영화에 청량감을 불어넣어준 것은 '19금 유머'가 발산되는 장면들이다.
그간 수많은 로맨틱 코미디에서 구구절절한 사랑 타령과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개그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따로 놀았던 반면, 이 영화에서 적절한 곳에서 터져 나오는 유머는 이야기와 따로 놀지 않고 남녀 주인공의 '케미스트리'로 연결된다.
남녀에게 다리를 놓아주려 다소 과장된 장치를 집어넣은 후반부는 아쉽지만, 영화에는 재치 있고 과감한 대사들과 '연애세포'를 일깨우는 사랑스러운 러브스토리가 가득해 젊은 남녀 관객의 '데이트 무비'로서 꽤 큰 힘을 발휘할 법하다.
22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9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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