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스트리밍 업계의 최강자 넷플릭스가 아카데미상을 노리고 마침내 영화계 관행을 깼다.
넷플릭스는 지난주말 자체 제작한 첫 극장용 영화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Beasts of No Nation)을 미국 30개 도시 31개 극장에서 개봉하면서 동시에 전 세계 50개국에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 나섰다.
넷플릭스의 이 같은 방식은 영화 제작·배급→극장에서 영화 상영→온라인 서비스·DVD라는 오래된 영화계 문법을 파괴한 것이다.
미국 극장업계는 넷플릭스의 영화계 관행 파괴에 잔뜩 화가 나있는 상태다.
앞서 AMC와 리걸, 시네마크, 카마이크 등 미국 메이저 영화관 체인들은 상영관 개봉 뒤 온라인 서비스까지 90일이라는 기한을 둬야 한다며 "넷플릭스 영화 상영을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했다.
패트릭 코로란 전미극장주협회 부대표는 "넷플릭스는 영화 개봉과 관련해 진지한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면서 "영화계의 암묵적 약속을 위반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는 "넷플릭스는 이 영화의 흥행 성적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이 영화의 극장 개봉은 그저 홈 비디오를 위한 홍보를 위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박스오피스닷컴의 필 콘트리노도 "온라인과 극장은 동등한 장소가 아니다"면서 "미국 내 넷플릭스 가입자가 4천300만 명인데 이들이 영화를 보려고 극장에 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미국 극장업계의 보이콧으로 영화 '비스트 오브 네이션'은 넷플릭스가 일정 기간 전세를 낸 예술·독립영화관인 랜드마크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다.
흥행 성적은 주말 사흘간 31개 극장에서 모두 5만699달러(5천700만 원)에 그쳤다. 극장 1곳당 1천635달러를 기록한 셈이다.
같은 날 미국에서 37개 극장에서 개봉된 중국 영화 '굿바이 미스터 루저'가 거둔 흥행수익 35만 3천992달러와 비교해도 형편없는 성적표다.
넷플릭스가 극장업계와 척을 지면서까지 자체 영화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와 함께 극장 개봉에 나선 것은 아카데미상 수상을 위한 포석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려면 가정에서 방영되기 전 최소 하루 이상 극장에서 상영돼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은 지난달 베니스 영화제와 토론토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데 이어 아카데미상 수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은 아프리카 내전으로 가족을 잃은 소년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 영화는 유료 케이블TV HBO의 드라마 '트루 디텍티브'를 연출한 캐리 후쿠나가 감독이 연출·각색뿐 아니라 직접 촬영까지 했다. 주연을 맡은 이드리스 엘바는 아카데미 주연상 후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에 이어 12월에는 아담 샌들러와 공동 제작한 '더 리디큘러스 식스'도 선보인다. 이 영화도 일반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를 통해서 독점 개봉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2000) 속편인 '와호장룡: 그린 레전드'도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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