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연합뉴스, 처음으로 아카데미상 감독상을 받은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
[사진]AP=연합뉴스, 처음으로 아카데미상 감독상을 받은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

할리우드 영화 제작 책임자의 남·녀 성비 불균형이 여전히 심각한 상태이고, 이 같은 현상이 관련 영역의 성차별을 강화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8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 등에 따르면 지난해 개봉한 할리우드 흥행작 상위 250편 가운데 여성 감독의 작품은 단 7%. 시나리오 작가의 11%, 기획·제작을 담당하는 프로듀서의 23% 만이 여성이었다.

흥행작 범위를 상위 700편까지로 확대하면 수치는 조금 나아진다.

이 가운데 여성 감독이 차지하는 비율은 13%, 시나리오 작가 13%, 프로듀서 27% 등이었다.

반면 전체 미국 영화의 85%를 남성이 감독했고, 시나리오 80%를 남성이 썼다.

이같은 사실은 샌디에이고 주립대학 'TV·영화 여성 연구 센터'의 최신 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이번 보고서는 할리우드의 오랜 성차별 관행이 새로운 이슈로 부각된 가운데 나와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할리우드에서 남·녀 배우 출연료 차별 논란이 불거진데 이어 미국 평등고용기회위원회가 여성 영화 제작자 10여 명을 대상으로 성차별 관행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마사 로젠 박사는 "요즘 시대정신은 더 많은 사람에게 더 균등한 기회를 주는데 큰 관심을 두고 있는 듯하나, 실제 수치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면서 "패트리샤 아퀘트, 메릴 스트립 같은 중견 배우들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이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지만, 사실상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로젠 박사는 "고예산 영화에 비해 독립영화가 여성 친밀도가 더 높게 나타났지만,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면서 "독립영화는 저예산으로 만들어진다는 점 때문에 위험도가 낮다는 인식이 깔려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작을 여성 감독에게 맡길 경우 위험도가 커진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반면 1억 달러 이상 거액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대작의 총책을 상대적으로 경력이 짧거나 초보인 남성 감독이 맡는 사례는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를 통해 영화 제작진 상부에 여성이 부족한 현상은 또다른 성적 불균형을 만들어낸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여성이 감독인 영화의 경우 시나리오 작가 50% 이상이 여성이었지만, 남성이 감독인 작품의 여성 작가 비율은 단 8%에 불과했다.

특정 영화의 기획·제작 부문 인력 3분의1 이상이 여성일 경우 여성 감독을 선택한 사례가 20%에 달했다. 그러나 3분의1에 못미친 경우 여성 감독을 선택한 사례는 단 7%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