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검은 사제들' 스틸컷
[사진]영화 '검은 사제들' 스틸컷

한국판 '엑소시스트'가 등장했다. 그간 한국영화가 다루지 않았던 소재이고 새로운 장르다.

뺑소니 교통사고 이후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는 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분투하는 두 신부를 다룬 영화 '검은 사제들'의 이야기다.

'영신'(박소담)은 교통사고를 당하고 나서 이성이나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증세에 시달린다.

잦은 돌출 행동으로 교단의 눈 밖에 난 '김 신부'(김윤석)는 영신을 구하기 위한 방법은 단 하나뿐이라고 생각하고 위험천만한 예식을 준비한다. 그것은 사령의 사로잡힘에서 벗어나게 하는 '장엄구마예식'.

김 신부를 도우면서 그를 감시하라는 임무를 받은 '최 부제'(강동원)는 김 신부와 함께 구마예식을 진행하면서 초자연적인 일을 겪게 된다.

영화는 중반 이후 40여분간 다락방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예식 장면을 디테일하게 그려내면서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장재현 감독은 영화 시사회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영화를 한마디로 하면 다락방에서 세상을 구하는 아웃사이더의 이야기"라며 "희생정신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정리했다.

자신이 어떻게 될지도 모른 채 임무를 떠맡는 '희생'이란 의미를 사제가 가장 잘 대변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극중의 사제들은 비주류이다. 김 신부는 교구에서 잘 어울리지 못하고 평판도 좋지 못한 신부이고, 최 부제 역시 음주, 커닝, 월담 등을 서슴지 않은 불량 신학생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명동 한복판 뒷골목의 허름한 다락방에서, 세상은 알아주지 못하지만 이 '아웃사이더' 신부들은 세상을 구하는 일을 자처한다. 이것이 영화 제목 '검은 신부들'에서 신부들 앞에 '검은'이란 수식어를 붙인 의미라고 장 감독은 설명했다.

김 신부 역을 맡은 배우 김윤석도 "신부복을 입었지만 결국 사람의 이야기이고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고 더불어 사는 이야기"라며 장 감독의 의견에 동조했다.

구마예식을 사실감 있게 재현하기 위해 치밀하게 자료조사를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기승전결을 만들어서 두명의 사제가 말로 하는 액션영화처럼 영화적으로 많이 각색했다"는 점에서 비슷한 소재를 다룬 다른 할리우드 영화와 차이가 난다고 장 감독은 말했다.

배우들이 라틴어와 중국어 등을 넘나들면서 기도와 언명을 벌이는 장면도 눈에 띈다.

최 부제 역을 맡은 강동원은 "시나리오에서 라틴어를 쓰는 것을 봤을 때 영화적인 설정인 줄만 알았는데, 이 시나리오를 보신 신부님이 라틴어를 해석하시고는 라틴어를 배운다고 하시는 걸 듣고 현실로 다가와 라틴어 연습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장 감독이 "도화지 같아 여러가지를 그릴 수 있는 연기자"라고 평가하는 박소담의 강렬한 연기도 일품이다.

박소담은 "제가 여태껏 했던 연기가 아니고 처음 시도하는 스타일이어서 대본을 많이 보고 고민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11월 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0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