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이 소설 '1984'에서 사회 곳곳에 설치된 '텔레스크린'으로 사회구성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 사회를 그렸다.
1964년 당시 오웰이 상상했던 암울한 미래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지금, 오웰이 상상했던 그 이상의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자신의 이메일과 통화, 인터넷 접속 기록 등이 무차별적으로 도·감청되고 있지만 사회 구성원들은 감시당한다는 사실 자체조차 모르고 있었다.
적어도 한 사람의 내부고발자가 위험을 무릅쓰고 정부의 위헌적인 행태를 고발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로라 포이트라스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시티즌포'는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으로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불법적인 정보수집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31)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포이트라스는 2013년 1월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을 받는다. '나는 정보기관의 수석 요원입니다. 당신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라는 내용이다.
익명의 제보자가 사용한 아이디는 'CITIZENFOUR'로, 이 다큐의 제목이기도 하다.
포이트라스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칼럼니스트인 글렌 그린월드와 함께 그해 6월 홍콩의 한 호텔방에서 '시티즌포'를 접선한다.
익명의 제보자, 후에 에드워드 스노든이라고 당당하게 자신을 밝힌 '시티즌포'는 이들에게 역사상 최고의 국가기밀을 폭로한다.
미국 정부가 인터넷 기업과 통신사와 손잡고 범죄 혐의 여부와 상관없이 자국민을 무차별적으로 감시하고, 도청과 해킹을 통해 중국과 영국, 독일 등 세계 주요 국가의 대사관과 민간 기업을 사이버 감시한다고.
다큐는 스노든이 홍콩의 한 호텔에서 언론인들에게 이런 사실을 털어놓았던 8일간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다큐를 제작한 포이트라스가 스노든을 직접 접촉한 당사자여서 스노든의 국가기밀 폭로 현장이 다큐에 생생하게 담길 수 있었다.
실시간 영상 감시를 당할까 우려해 빨간 망토를 뒤집어쓰고 노트북 작업을 하는 스노든의 편집증적인 장면을 볼 수 있는 것도 이런 정황 덕분이다.
스노든은 다큐에서 "국민이 국가권력에 반대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
그는 정부와 시민이 힘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가 아니라 선거권자와 선거에 의해 선출된 권력간의 관계로서 말이다.
미국 정부를 국제 사회의 비난에 처하게 한 스노든의 폭로를 담은 이 다큐는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다큐멘터리 최우수상을 받았다.
11월 19일 개봉. 12세 관람가. 1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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