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할리우드 영화제작사들이 중국 영화시장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지나친 자기검열에 나서고 있다는 미 연방의회 보고서가 나왔다.
31일(현지시간) 연방의회 산하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가 발표한 16쪽짜리 보고서에 따르면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중국 검열당국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영화 콘텐츠를 수정하는 사례가 적잖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편집 단계에서 영화 콘텐츠 일부를 삭제하는 차원을 넘어서 일부 영화사에서는 기획 단계부터 중국 검열당국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도록 '맞춤형 수정본'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영화 '월드 워 Z'에서는 중국에 대한 모욕적인 언급이 화면에서 사라졌으며, 아담 샌들러가 주연한 영화 '픽셀'에서는 만리장성이 파괴되는 장면이 통째로 편집됐다.
2012년 개봉한 영화 '레드 던'에서는 미국 워싱턴 주를 침공한 침략군들을 당초 중국군으로 설정하려다가 나중에 북한군으로 수정했다.
중국 검열당국을 불쾌하게 한 할리우드 영화들은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월드 디즈니가 제작한 톰 행크스 주연의 '캡틴 필립스'가 대표적 사례다.
이 영화는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선장을 구출하는 미 해군의 활약상을 그렸다는 이유로 중국 검열당국으로부터 상영 취소 처분을 받았다. 중국에서 상영 취소로 영화 흥행수익은 900만 달러를 밑돌았다.
이 같은 할리우드 영화사의 과도한 자기검열은 중국의 영화 배급시스템과 관련이 깊다. 중국은 현재 자국 내에서 할리우드 영화를 연간 32편만 상영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중국의 영화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도 주요 원인이다. 중국의 영화티켓 판매시장 규모는 지난해 48억2천만 달러(약 5조5천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36% 증가한 수치다.
미국의 영화흥행정보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닷컴에 따르면 할리우드 영화들이 중국에서 거둬들인 흥행수익은 중국 전체 박스오피스의 15%에 달한다. 지난 2012년과 비교하면 흥행수익이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실제로 중국의 지나친 할리우드 영화 검열은 2007년에 영화 수입 전면 개방을 명시한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저촉되는 것이라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중국은 그동안 WTO 협정을 따르지 않다가 2012년 할리우드 영화 상영을 연간 20편에서 32편으로 확대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션 오코너와 니컬러스 암스트롱은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중국 영화시장에 급급해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배우들의 언론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중국 검열당국의 재량권은 폭넓다"면서 "중국은 자국 내 영화 검열에만 나서는 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개봉되는 할리우드 영화 내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Copyrights ⓒ KPOPSTARS <저작권자 © Kpopstar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