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이 극장 개봉용 영화 제작 사업 진출을 선언한 지 11개월 만에 첫 작품을 선보인다.
4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인 흑인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58)와 '아마존 스튜디오스'가 시카고 남부의 총기 폭력 실태를 소재로 만든 영화 '시라크'(Chi-Raq) 개봉을 한 달 앞두고 공식 예고편을 공개했다.
2분30초 길이의 예고편 동영상은 "응급 상황입니다"라는 자막과 나레이션에 이어 "시카고 살인 사건 피해자 수가 이라크 전쟁터에서 사망한 미군 특수부대 요원의 수를 넘어섰다"는 당시 뉴스 리포트로 시작된다.
이어 할리우드 중견배우 새뮤얼 잭슨이 "'시라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고통과 불행과 투쟁의 땅"이라고 소개하고, 도로 위 총격전과 랩 콘서트장에서 환호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대비돼 흐른다.
'시라크'는 총기 폭력이 만연한 시카고 남부 흑인 밀집지역을 이라크 전쟁터에 비유한 말이다.
극단적인 제목 때문에 더 큰 화제를 모았으나, 리 감독은 이 영화를 블랙 코미디 드라마 형식에 담아 제작했다.
리 감독은 "'시라크'는 아리스토파네스가 쓴 고대 그리스 희극 '리시스트라테'(Lysistrata)의 현대판"이라며 "폭력 조직 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시카고 남부의 총기 폭력 실상에 관심을 모으기 위해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리시스트라테는 펠로폰네소스 전쟁 당시 그리스 기혼 여성들이 남편과의 동침을 거부하는 것으로 반전 시위를 벌여 전쟁 중단에 성공한다는 이야기다.
현대판 리시스트라테 역은 TV드라마 시리즈 '매드맨'의 돈 챔버스 역으로 잘 알려진 티요나 패리스가 맡았다.
특히 연기파 배우 존 쿠삭이 '흑인 빈민가의 백인 대변인' 역할을 해온 실존 인물 마이클 플레저 신부 역을 열연하고, '드림걸스' 히로인 제니퍼 허드슨이 총기 사고로 딸을 잃은 엄마로 분하는 등 시카고 출신 배우들이 대거 투입됐다. 허드슨은 실제 2008년 총기 사고로 어머니와 조카를 잃었다.
그외 아역배우 출신 래퍼 닉 캐넌, 연기파 배우 앤절라 바셋, 액션 스타 웨슬리 스나입스, 코미디 배우 겸 극작가인 데이브 셔펠 등이 출연한다.
리 감독은 지난 6월 1일부터 7월 9일까지 한달여 동안 시카고 남부의 총기 사고 다발지역 잉글우드 등을 중심으로 영화를 촬영했다.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은 영화 '시라크'가 특정 지역에 몰려있는 범죄를 부각시켜 전반적 도시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며 제목 변경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일부 시의원들은 '시라크' 제작에 세금 공제 혜택을 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해당 지역 주민들은 지지 입장을 나타냈다.
플레저 신부는 "가려진 땅에서 흑인끼리 총을 겨누고 있는 현실에 대해 과감히 입을 연 리 감독의 용기에 감사할 뿐"이라며 "이번 영화가 시카고 남부 총기 폭력 실태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고 해결 노력을 불러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지난 1월, 극장 개봉용 영화를 한 달에 한 편꼴로 제작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아마존 인스턴트 비디오'의 독점 콘텐츠를 확보하고 넷플릭스, 훌루 등과의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한 방안이다.
아마존은 배급사 '로드사이드 어트랙션스', '라이언스게이트 엔터테인먼트' 등과 협력해 다음달 4일부터 15일까지 '제한 상영' 방식으로 개봉하며, 곧이어 아마존 비디오에 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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