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계에서 여배우들이 남자 배우들보다 적은 출연료를 받는 사실은 그동안 할리우드 영화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하지만, 스타급 여배우들이 이를 잇따라 문제 삼으면서 할리우드 영화계의 출연료 불평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 '원초적 본능'의 여주인공 샤론 스톤(57)은 7일(현지시간) 미국 연예주간지 '피플'과의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찍은 뒤 아무도 내게 출연료를 주려고 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스톤은 "부엌에서 매니저와 함께 앉아서 '출연료를 줄 때까지 일하러 나가지 않겠다'고 울면서 말한 기억이 난다"면서 "나는 여전히 다른 남자 배우들보다 적은 출연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영화계의 출연료 불평등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여배우는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로 스타덤에 오른 미국 여배우 제니퍼 로런스(25)다.
로런스는 최근 격주간지 '레니'(Lenny)에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남자 배우들처럼 출연료를 공격적으로 협상하지 않아 수입이 적었다고 자성하는 내용의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그녀는 지난해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 해킹으로 2013년 개봉한 영화 '아메리칸 허슬'에서 자신이 받은 출연료가 다른 남성 배우들보다 훨씬 적었던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로런스는 "나는 소니에 화나지 않았고, 나 자신에 대해 화가 났다"면서 "내가 일찍 포기를 했으니 나는 협상자로서 실패한 것"이라고 자책했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 로런스와 비슷한 분량으로 출연한 브래들리 쿠퍼, 크리스천 베일, 제레미 레너 등 남성 배우들은 영화 수입의 9%를 챙긴 반면, 로런스와 에이미 애덤스는 7%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2015년 할리우드 배우들의 수입 순위에 따르면 '톱(Top)-20위'에 든 여배우는 제니퍼 로런스(5천200만 달러)와 스칼렛 요한슨(3천550만 달러) 단 2명뿐이다.
남자 배우들 중에는 출연료로 1천3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배우가 모두 34명이나 되지만, 여자 중에는그 절반도 안 되는 600만 달러를 출연료로 받은 배우조차 18명 밖에 안 된다.
할리우드 여배우들은 임금 차별 뿐만 아니라 배역 차별도 떠안고 있다.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연구팀이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연간 흥행 순위 톱 100위에 올랐던 영화 700여 편을 분석한 결과,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의 남녀 성별 비율은 2.3대1 수준이다.
작품 안에서 대사가 한 줄이라도 있는 총 3만835개의 배역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단 30.2%에 불과하다. 지난해 흥행작 100편 가운데 여성 배우가 단독 주연, 혹은 공동 주연급으로 출연하는 영화는 단 21편뿐이다.
이 가운데 45세 이상 중년 여배우가 주연급으로 출연한 영화는 단 1편도 없었다. 출연진 가운데 남녀배우의 비율이 5대5로 비슷한 영화 역시 11%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할리우드 흥행작 100편 가운데 여성 제작진 비율도 15.8%에 불과했다. 감독이 1.9%로 가장 적었고, 작가는 11.2%, 제작자는 18.9% 등이었다.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남녀 임금차별은 개선될 전망이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지난달 6일 '공정급여법'(Fair Pay Act)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내년 1월부터 발효되는 이 법은 캘리포니아에서 1949년 제정된 남녀급여차별금지법보다 강화된 내용을 담고 있다.
남녀급여차별금지법은 남성과 여성의 동일 노동에 동일 임금을 지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공정급여법은 남녀 간 '비슷한' 노동에 대해서도 같은 임금을 주도록 했다.
예컨대 영화에서 여배우가 남성 배우와 비슷한 분량·비중으로 출연했을 경우 동일한 출연료를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이 법의 발효를 앞두고 할리우드 대형 영화사와 방송사들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여배우들이 소송을 제기하면 영화사가 남녀 차별 없이 공정하게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입증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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