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컨드 마더'(원제: Que Horas Ela Volta?·그녀는 언제 돌아오나?)는 브라질 사회에 만연한 보모 고용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발'(헤지나 카제)은 부유한 가정에서 가정부로 일하며 그 집 아들 '파빙요'(미셰우 조에우사스)를 애지중지 키운다.
파빙요는 슬픈 일이 생길 때 친엄마인 '바바라'(카리니 텔레스)보다 발의 품에 안긴다.
발에게도 친딸 '제시카'(카밀라 마르질라)가 있다. 제시카는 13년간 보모 '산드라 아줌마'의 손에서 자란다.
발이 우리나라로 치면 '입주' 가정부의 처지이기도 하지만 남편과의 사이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주된 갈등이 비롯하는 지점이다. 발은 파빙요의 보모이지만 친소관계로만 보면 친엄마와 다름없다.
제시카와의 관계에서는 정반대이다. 친엄마이지만 딸에게 낯선 존재다. 파빙요가 속한 가족과 제시카간 문제가 불거졌을 때 발은 오히려 파빙요 가족 편을 들어준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이런 '이중적인 관계'를 잘 그려내고 있다.
파빙요 집의 수영장에서 어린 파빙요가 개와 함께 있다. 발은 구명조끼를 입은 파빙요를 물에 들어가게 해서 놀린다.
파빙요는 발에게 같이 수영하자고 하지만 발은 수영복이 없다고 거절한다. 실제 발이 수영장에 안 들어가는 이유는 영화 후반부에 나온다. 계급적 이유와 관련돼 있다.
파빙요가 물에서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보는 발은 의자에 앉아 딸 제시카에 전화를 건다. 딸에 대한 애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 애정을 쏟는 대상은 '남의 자식' 파빙요였다.
갈등은 제시카가 대학 시험을 치르고자 발이 있는 파빙요 가족 집으로 찾아오면서 본격화된다.
자유분방한 제시카는 거리낌 없이 발이 일하는 집에서 행동해 문제를 일으키자 발은 그런 딸을 나무라며 한소리를 한다. "네 양육비를 낸 것은 나야."
파빙요 가족들이 자신과 엄마를 하찮게 대한다고 느낀 제시카는 발에게 "이런 곳에서 어떻게 버틸 수 있어"라고 대든다.
결국 발은 낳은 정인가, 기른 정인가 중에 어느 하나를 선택한다. 이 선택에서는 제3의 존재가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감독이 보모 문제를 다룬 것은 그 자신이 역시 보모의 손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아이를 직접 키우는 것보다 보모 고용을 선호하는 브라질 사회문화 탓이다.
감독은 "'두명'의 엄마들에게서 자란 상류층 아이들은 집안일은 절대 하지 않아 결국엔 약하고 게으른 성인으로 성장하고 만다"며 "저 또한 그렇게 컸고 독립할 나이가 되자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했다"고 말했다.
감독은 첫 아이를 임신하자 과감하게 TV 방송국 PD를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했다.
그리고 '돈으로 양육을 살 수 있는 것인가'라는 화두를 부여잡고 시나리오 집필에 들어가 이 영화를 제작했다.
'세컨드 마더'는 올해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연기상과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부문 관객상을 받았다.
1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1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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