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오피스’ 스틸
[사진]영화 '오피스’ 스틸

식품회사 영업팀 과장 김병국(배성우)은 회사에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노모와 아내, 아들을 살해하고 나서 사라진다.

이 사건을 맡은 최종훈 형사(박성웅)가 회사를 찾아와 김상규 부장(김의성)부터 홍지선(류현경)·정재일(오대환) 대리, 염하영(이채은)·이원석(박정민) 사원, 이미례(고아성) 인턴까지 팀 내 사람들을 하나씩 불러 김 과장의 평소 행태를 묻는다.

이에 에둘러 답하는 직원들의 언행은 어딘가 이상하다. 이후 최 형사는 확보한 폐쇄회로(CC)TV 화면을 통해 김 과장이 사건 이후 회사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찍힌 후 나가는 모습은 찍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 '오피스'(홍원찬 감독)의 배경은 한정적이다. 회사 건물을 제외하고 등장하는 장소라고는 잠깐씩 나오는 지하철과 패스트푸드점, 김 과장의 아파트 정도다.

이런 제한된 무대만으로 영화는 꽤 많은 세상 풍경을 담아낸다. 비좁은 사무실 안에서 정글보다 무서운 약육강식의 세계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위에서 밟힌 사람은 위를 들이받는 대신 아래를 더 세게 밟는다. 회의실에서, 창고에서, 계단에서 작고도 비열한 정치가 이뤄진다. 사람 앞에서 하는 말과 뒤에서 하는 말이 다르고,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

영화 속 사내에서 벌어지는 이런 일들은 극단적이지만, 현실을 과장했다기보다는 치밀하게 묘사한 것에 가깝다. 공포와 스릴을 주는 요소가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이 공포 스릴러물로서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이다.

웬만한 공포영화보다 더 무섭고 웬만한 스릴러영화보다 더 숨 막히는 현실을 관객은 자신의 일상에서 겪으며 살아가고 있기에 영화 속 현실이 공감을 얻기 쉽다.

반전을 숨겨뒀으나 그 반전에 목을 매지 않은 스릴러물로서의 전개도, 보여줘야 할 때와 보여주지 않아도 될 때를 구분할 줄 아는 공포물로서의 장면들도, 이런 공포와 스릴러 요소의 적절한 배합도 영리하게 이뤄졌다.

조직 피라미드의 말단에 있는 인턴을 연기한 고아성뿐 아니라 '성실하기만' 했던 가장이자 과장인 배성우부터 지금 이 순간에도 여느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있을 것만 같은 부장 역의 김의성까지 조직원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가 고르게 좋다.

배성우는 17일 시사 후 기자간담회에서 "고민이 필요한 역할이라 기뻤다"며 "내 장점을 최대화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다"고 말했다.

김의성은 "짜증 나는 중년 남자 역할이야 자주 해봐서 자신 있었다"며 "박성웅씨에게 '칼로 찌르는 역할만 하지 말고 관찰하는 역할, 총으로 쏘는 역할도 해보자'며 같이 하자고 했다"고 말해 웃음을 끌어냈다.

이 영화는 올해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상영' 부문에 초청받아 상영됐다.

27일 개봉. 111분.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