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오늘영화' 스틸
[사진]'오늘영화' 스틸

'오늘영화'는 오늘날 우리 독립영화가 어떤 모습인지 보여줄 만한 단편 세 편을 모아놓은 옴니버스 영화다.

윤성호·강경태·구교환·이옥섭 등 독립영화계의 젊은 감독들과 정연주·박종환·백승화·백수장·박민지 등 젊은 배우들이 뭉쳐 독립영화의 오늘을 말하고 내일을 꿈꾼다.

첫 번째 에피소드 '백역사'에서 주말 잔업이 있지만 숙취로 공장을 조퇴하고 데이트 비용이 없어서 주급을 '가불' 해달라고 조르는 철없는 남자는 나이트에서 만난 여자를 찾아 그녀가 일하는 식당으로 무작정 향한다.

여자는 남자를 기억도 제대로 못 하지만, 배려가 너무 없는 거 아니냐고 짜증 내고서 대뜸 그의 고백이 진심이라는 증거를 내놓으라고 말한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뇌물'이다.

영화과 학생 대일이 졸업작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담당교수는 시나리오의 문제를 지적하고, PD는 촬영된 장면이 비현실적이라고 딴죽을 걸고, 여배우는 캐릭터가 이상하다고 불만이다.

이 장면들은 모두 영화 속 영화의 장면들이다. 그리고 그 장면은 과연 현실인가 하면, 그 장면도 또다시 영화 속 영화다.

세 번째 '연애다큐'에서 연인 구교환과 이하나는 사전제작지원금 500만원에 눈멀어 자신들의 연애담을 다큐멘터리로 기획한다. 그러나 심사가 한창 진행되는 도중 이별하게 되면서 '대략난감' 해진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연애감정에 들뜬 연인과 이들을 훔쳐보는 남자 외에 손님이라고는 없는 대낮 변두리 극장 정도를 보여주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 에피소드는 훨씬 직접적으로 독립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현실을 드러낸다.

"이 장면 좀 비현실적인 거 아냐?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라는 일침도, "이거 진짜예요, 우리 선배가 진짜 저랬잖아요"라는 항변도 팔팔하게 살아 있는 이들의 진짜 목소리다.

영화가 만들고 싶은 젊은이들이 독립영화를 만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가 된 제도권의 사전제작 지원 제도는 젊은이들의 발을 묶는다.

영화에는 유쾌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뜨겁게 세상과 부딪히는 청춘이 있다. 상황마다 재치 있게 비틀어 보여줌으로써 끊임없이 웃음을 안긴다. 세 편 모두 밝고 감각적인 연출과 생기 넘치는 연기로 관객에게 심각한 얼굴로 앉아 있을 필요가 없다며 먼저 손을 내민다.

독립영화계 맏형으로서 '오버그라운드'에서 활약 중인 박혁권과 '산다' 등으로 주목받은 박정범 감독이 특별출연해 큰 웃음을 안긴다.

20일 개봉. 91분.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