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한 친구인 로랑(뱅상 카셀)과 앙투안(프랑수아 클루제)은 역시 친구 사이인 딸 마리(알리스 이자스), 루나(로라 르 란)와 함께 코르시카로 바캉스를 떠난다.
로랑은 이혼 후 자신의 성격대로 딸 마리를 자유롭게 키웠다. 앙투안은 투박한 성격대로 딸 루나를 엄하게, 소중하게 키웠지만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아 별거 위기에 있다.
아빠들은 시골에서 푹 쉬다 갈 생각이지만, 10대답게 한창 친구들과 노는 게 재미있는 두 딸은 클럽으로 빠져나갈 궁리만 한다. 게다가 루나가 친구 아빠이자 아빠 친구인 로랑에게 홀딱 반하면서 일이 심하게 꼬이기 시작한다.
'원 와일드 모먼트'는 '테스', '마농의 샘' 등을 만든 고(故) 클로드 베리 감독의 '광기의 순간'(1977)을 장 프랑수아 리셰 감독이 리메이크한 영화이다.
미성년자인 여주인공이 해변에서 아빠 친구를 향해 비키니를 슬그머니 내려 살을 내보인다거나 사랑을 무차별로 호소하는 등 1970년대라면 파격적이었을 장면들은 2015년에는 대체로 귀엽고 가끔은 거슬리는 '애교' 수준이 된다.
요염한 분위기를 내려놓은 이 영화는 그 대신 민망하고 황당한 상황에 놓인 두 아빠의 정신적 혼란을 그리는 데 집중한다.
그만큼 이 영화는 청소년기의 두 딸이 아니라 중년의 위기에 빠진 두 아빠의 성장기로 설명할 수 있다.
뱅상 카셀, 프랑수아 클루제라는 프랑스 당대의 배우들은 자식들의 생각과 달리 부모는 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미혹되며 인생의 길을 잃곤 한다는 사실을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보여준다.
과장된 설정을 과장되지 않게 담았다는 게 이 영화의 큰 장점이다. 세대가 다른 네 남녀가 격랑의 시간을 맞아 펼치는 코미디도, 드라마도 유쾌하면서 소박해 관객에게 쓸데없는 감상을 강요하지 않는다.
영화 초반 가장 철없는 캐릭터로 보이던 마리가 모든 사람이 비이성적으로 놀아날 때 중심을 지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역을 맡은 신예 배우 알리스 이자스의 연기에 시선이 간다.
27일 개봉. 106분. 청소년 관람 불가.
Copyrights ⓒ KPOPSTARS <저작권자 © Kpopstar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