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인도에서 개봉한 '세 얼간이'는 일류 명문대에 진학한 3명의 공학도가 진정한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대학에서도 횡행하는 인도의 천편일률적인 암기식 교육을 구성진 유머와 탄탄한 이야기 전개를 통해 풍자한 이 영화는 개봉 당시 인도에서만 약 800억원의 수익을 올릴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2011년 국내에서도 개봉해 영화 속 대사인 '알 이즈 웰'(All is well의 인도식 발음으로 모두 잘 될 거라는 뜻)을 유행시키며 46만여명의 관객을 모았다.

'세 얼간이'의 연출을 맡았던 라지쿠마르 히라니 감독과 주연 배우였던 아미르 칸이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로 다시 손을 잡았다.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원제 PK)는 '세 얼간이'와 여러모로 비슷하다. 직설적이고 간결한 메시지에 리듬감 있는 줄거리와 매력적인 캐릭터로 128분을 끌고 간다.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 피케이(아미르 칸)는 벌거벗은 몸으로 배회하다 우주로 돌아가는 리모컨을 도둑맞는다.

도둑맞은 리모컨을 찾을 방법을 묻는 그에게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신은 신이 아니라며 신에게 답을 구하라는 조언만을 남긴다.

전지전능한 신의 능력을 기대한 피케이는 온갖 종교를 믿으며 신을 찾아 나서지만 도둑맞은 리모컨은 돌아오지 않는다.

좌절하는 피케이의 사연을 알게 된 방송국 리포터 자구(아누쉬카 샤르마)는 그의 귀환을 돕기로 한다.

둘은 리모컨을 찾을 방법뿐 아니라 무턱대고 신을 믿는 인도의 사상에 대응해 사람들 스스로 의식을 가지게 할 방법을 계획한다.

영화는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리모컨을 찾아 나선 순수한 외계인의 시각으로 인도에 만연한 다양한 종교와 신에 대한 맹목적인 찬양, 제도적인 병폐를 발칙하게 풍자한다.

인도에서 금기시되는 종교이야기를 순수한 외계인의 눈으로 비판하는 감독의 유쾌한 반란이 영화 곳곳에서 느껴진다.

영화를 구성지게 하는 소소한 유머는 관객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영화를 즐길 수 있게 만든다.

여기에 진정한 믿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재미와 의미를 모두 갖춘 작품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현실풍자와 유쾌함, 감동이라는 세 박자를 모두 갖춘 탄탄한 이야기 전개는 후반부 다소 억지스러운 상황 설정의 약점을 충분히 가려준다.

명실상부한 인도 최고의 국민 배우로 자리매김한 아미르 칸은 '세 얼간이'에서 독특한 사고방식과 천재적인 모습으로 유쾌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는 대학생 란초의 재기 발랄한 모습을 이번 영화에서 재연한 듯하다.

50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동안 외모와 영화 초반부 군살 하나 없는 누드로 파격적인 등장을 하며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는다.

아누쉬카 사르마는 영화 속에서 피케이의 조력자 역할을 충분히 소화하며 아버지와의 갈등, 사랑하는 남자와의 이별과 재회를 통해 폭넓은 감정 연기를 보여준다.

지난해 인도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1천2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며 역대 1위로 인도 박스오피스 순위를 갈아치웠다. 영화는 인도뿐 아니라 미국, 중국, 대만에서도 흥행했다.

9월 3일 개봉. 15세 관람가. 12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