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스틸
[사진]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스틸

홍상수 감독의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의 주연 배우 정재영은 17일 오후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영화 속 함춘수가 배우 자신과 닮았는지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홍 감독은 대본을 미리 정해두지 않고 촬영 당일에 배우들에게 그날 촬영분만 주는 독특한 작업 방식으로 유명하다. 그 대본에는 배우의 실제 모습이 상당 부분 들어가는 것도 잘 알려져 있다.

정재영은 "캐릭터를 연기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연기 안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며 "당연히 영화 속 캐릭터와 나는 닮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캐릭터인지도 모르고 시작했고 그날그날 대본을 감독님이 주시면 충실히 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의 상대역을 연기한 김민희도 마찬가지 경험을 했다.

김민희는 "감독님과 카페에서 이야기를 하면서 그 당시에 커피를 안 마실 때라 대추차를 시켰는데, 윤희정이 커피를 안 마신다고 하는 설정이 영화에 들어갔다"며 "내가 그런 이야기를 했나 싶을 정도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신기했다"고 소개했다.

24일 개봉하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는 영화감독 함춘수(정재영)가 수원에서 우연히 화가 윤희정(김민희)을 만나고 나서 이틀간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정재영은 앞서 홍 감독의 '우리 선희'에 선희의 세 남자 중 하나로 출연한 인연을 이어 이번 영화의 주연 배우가 됐고, 이 영화로 올해 스위스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는 "'우리 선희' 때는 촬영하는 날이 적었고 감독님과 술을 많이 먹었지만, 이번에는 촬영하는 날이 많았고 술을 덜 먹었다"며 "그래도 했던 방식은 같았다"고 설명했다.

정재영은 김민희에 대해 '신비하다'는 표현을 연거푸 썼다.

그는 "김민희는 꾀죄죄하게 입어도 신비로운 배우"라고 했으며 "신비한 만남이었고, 그게 그대로 이어졌다. 아직도 김민희가 바나나 우유 먹는 모습을 봤던 첫 촬영 때와 같은 느낌"이라고도 했다.

홍상수 감독이 우연히 배우 김민희의 이미지를 떠올린 것은 이번 영화가 탄생한 요인 중 하나다.

김민희는 "홍상수 감독님과의 작업은 행운이었다"며 "정재영 선배 역시 '우리 선희'를 재미있게 봐서 함께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설렜다"고 화답했다.

홍 감독은 "다른 배우들도 그렇지만, 두 분한테는 제가 이입을 더 했던 것 같다"며 "하루하루 이야기를 만드는 식으로 영화를 만들어서 하다 보면 가던 방향에서 틀어야겠다는 생각도 드는데, 둘은 이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 원래 방향대로 갔다"고 칭찬했다.

영화는 1, 2부에서 비슷한 이야기가 전개되는 병렬식 구조로 돼 있다. 그러나 홍 감독은 같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장면이더라도 1, 2부의 장면을 한꺼번에 찍은 것이 아니라 1부를 다 찍고 나서 2부를 찍기 시작했다.

김민희는 "감독님이 1부 나온 걸 보여주시고 이런 방향으로 갈 것 같은데 2부에서는 윤희정이 더 외로운 감정을 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했다"며 "자연스럽게 감정에 따라서 솔직하게 연기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