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년 겨울 영국에서 초연된 이후 100년 넘게 세계 각국에서 연극, 뮤지컬, 애니메이션, 영화 등으로 만들어진 피터팬.

원작은 영국의 소설가 겸 극작가인 제임스 매튜 배리의 소설이다. 그의 삶과 소설 '피터팬'의 탄생 과정을 다룬 영화 '네버랜드를 찾아서'(원제 Finding Neverland)가 개봉하기도 했다.

오는 10월 8일 국내에서 개봉하는 '팬'은 피터팬의 탄생 이전의 이야기를 담은 프리퀄(prequel·전편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다룬 후속편)이다.

'팬'이 이전에 나온 피터팬 관련 전작들보다 돋보이는 점은 원작에 구애받지 않고 과감한 창작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 '안나 카레리나'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조 라이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라이트 감독은 "2015년을 위한 피터팬"이라며 "우리가 아는 이야기를 완벽히 재창조했다"고 소개했다.

원작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해적 '검은 수염'(휴 잭맨)을 피터(리바이 밀러)의 적수로 등장시켰고, 네버랜드를 떠나고 싶어하는 어린 '후크'(가렛 헤드룬드)는 악당이 아닌 피터의 친구로 나온다.

어린 고아 피터가 어떻게 영웅 피터팬으로 자라는지에 대한 전설적인 이야기는 라이트 감독의 독특한 세계관과 감각적인 연출력으로 새로 태어났다.

갓난아기였을 때 보육원에 버려진 피터는 12살 되던 해 네버랜드를 장악한 '검은 수염' 일당들에게 납치돼 끌려가면서 자신의 출생에 얽힌 비밀을 알게 된다.

'검은 수염'은 하늘을 나는 소년이 나타나 자신에게 대적한다는 예언의 주인공이 피터임을 알아차리고 그를 제거하려고 한다.
피터는 '검은 수염'에게 대적하기 위해 네버랜드에서 만난 후크와 힘을 합친다.

'팬'은 꿈과 환상이 가득한 어린이용 영화라기보다 블록버스터급으로 구현된 어른을 위한 동화에 가깝다.

판타지가 제대로 펼쳐져 있으면서도 입체적으로 현실감 있게 그린 캐릭터들의 이면을 발견해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이 영화의 백미는 상상력과 특수효과가 잘 버무려진 환상적인 장면에 있다.

라이트 감독은 머릿속에 그린 세계를 창조하기 위해 음울한 런던 보육원, 검은 수염이 지배한 채석장, 원주민들의 트리 마을, 해적선 두 척, 인어의 호수 등 '팬'에 등장하는 화면 대부분을 실제 세트로 구현했다.

악역 연기를 위해 삭발한 휴 잭맨과 새로운 피터팬으로 나오는 리바이 밀러를 비롯해 어맨다 사이프리드, 나태주 등 쟁쟁한 출연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10월 8일 개봉. 전체 관람가. 111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