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녀'(1960)에 출연했던 원로 여배우 이은심(80·본명 서옥선)이 동명 리메이크작인 '하녀'(2010)에서 자신의 역할을 소화한 전도연의 연기를 극찬했다.
이은심은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 센텀캠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10년 개봉한) '하녀'를 봤는데 영화가 참 훌륭했다"면서 "전도연은 예쁘고 연기도 잘해 나보다 훨씬 월등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출연했던 '사랑도 슬픔도 세월이 가면'(1962)을 연출한 이성구 감독과 결혼한 뒤 1982년 브라질에 이민한 이은심은 33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은 소감도 전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에서 너무 따듯하게 대해주셔서 오기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부산영화제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고요. 오니까 너무너무 좋아요. 나이가 들어 영화제에 방문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아요."
이은심은 일본 나고야 출생으로, 유두연 감독의 영화 '조춘'(1959)으로 영화계에 데뷔했다.
그의 두 번째 영화였던 김기영 감독의 '하녀'는 개봉 당시 큰 관심을 끌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은심이 연기한 하녀는 1960년 당시 사회 분위기에서는 매우 생소하고 파격적인 캐릭터였다. 여성이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2010년 임상수 감독이 같은 제목으로 리메이크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하녀 촬영 당시 김기영 감독님이 잘 지도해주셔서 연기를 비교적 쉽게 했던 것 같아요. 담배를 피우는 장면과 영화 마지막에 계단에서 구르는 장면을 찍을 때는 좀 힘들었죠. 음악감독님, 조명감독님, 성우 등 스태프들이 워낙 잘해주셔서 제가 빛났던 것 같아요."
"저는 영화배우의 조건을 갖추지 못했어요. 예쁘지도 않고, 키도 작거든요. 호기심에 영화인들이 자주 가는 다방을 친구와 함께 갔는데, 김기영 감독님을 만나게 됐죠. 감독님께서 시나리오에 맞는 인상 때문에 저를 뽑으셨지, 제가 예뻐서 영화배우가 된 것이 아니에요."
'하녀'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특별기획 프로그램인 '아시아영화 100'에 선정됐다. 이은심은 자신의 딸과 손녀와 함께 지난 2일 부산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상영된 '하녀'를 관람했다.
"나이 여든에 한국에 와서 제가 출연한 영화를 다시 보니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상대역이었던 故 김진규 씨와 함께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어요. 김진규 씨는 신인이었던 제게 촬영할 때 화 한번 내지 않으시고, 많은 것을 알려주셨어요. 참 감사했고 지금도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는 연기에 자신이 없어 은막을 떠났다고 했다.
"능력이 없고,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 다시는 하지 않기로 결심했어요. 연기에 자신이 있었다면 계속 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이은심은 지난 3일 남편인 고(故) 이성구 감독의 '장군의 수염'(1968)이 상영되는 '한국영화회고전' 행사에도 참석했다.
"영감(남편)은 예민한 사람이었어요. 신경질적이기도 했고요. 클래식 음악과 책, 낚시를 좋아했고, 영어·불어·이태리어 공부에도 열심이었어요. 늘그막에 공부해서 뭐하느냐고 핀잔을 주면 '그래도 해야 한다'고 했었죠."
이은심은 일취월장한 한국영화 산업에 크게 감탄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더 발전할 것이라는 격려의 말도 잊지 않았다.
"요새 한국영화를 보면 모든 것에 '이야'하고 감탄할 뿐이죠. 배우들도 다 날씬하고, 예쁘고, 연기도 어쩌면 저렇게 잘하느냐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영화가 참 많이 발전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발전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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