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J E&M 제공, 음악부문 안석준 대표
[사진]CJ E&M 제공, 음악부문 안석준 대표

음원사이트 엠넷닷컴을 운영하는 CJ E&M이 추천곡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추천곡이란 음원 사이트들이 차트 상단에 특정 음원을 노출하는 것으로, 추천 음원이 되면 순위 상승에 탄력을 받는다. 하지만 음원 사이트를 운영하는 음반 유통사가 자사의 제작·유통 음원에 치우쳐 추천곡을 선정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엠넷닷컴은 멜론, 지니에 이은 점유율 세 번째의 음원사이트다. 엠넷닷컴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리면서 국내 음악 업계에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CJ E&M 음악사업부문 안석준 대표를 최근 만났다. 그는 서울대 기악과, 뉴욕대 뮤직테크놀로지학과를 거쳐 한국콘텐츠진흥원, 워너뮤직, CJ E&M에서 10여 년간 한국 음악산업을 지켜본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추천제는 음악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람들에게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라면서 "반면 음악을 만드는 창작자 입장에서는 불합리한 도구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단 누구에게라도 불합리하다는 판단이 들면 바로 없애야 한다"며 "그래서 엠넷닷컴은 추천제 폐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추천제가 불합리한 제도라는 점은 음악산업 관계자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누구도 먼저 추천제 폐지를 실행하진 못했다. 특히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인 멜론은 추천제가 개인을 위한 큐레이션 제도라며 폐지보다는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안 대표는 "멜론이 말하는 큐레이션이란 좋은 음악을 소비자에게 들려주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지금은 자사가 투자한 가수의 음악만 들려준다"며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절대 좋은 큐레이션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결국 전체 아티스트 입장에서 골고루 기회가 돌아가지 않는다"며 "추천제는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업자만을 위한 제도"라고 거듭 강조했다.

CJ E&M도 음악사이트를 운영하는 사업자임은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CJ E&M이 이 같은 기득권을 내려놓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가 10년간 음악산업을 지켜봤지만 저작권이나 아티스트·제작자간 불공평한 배분 문제는 계속해서 제기돼 왔어요. 하지만 개선된 적은 한 번도 없었죠. 그걸 보니 우리 스스로 나서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그냥 자기가 가진 걸 조그만 양보하면 음악산업은 더 커질 수 있어요. 추천제 폐지를 건의하니 저희 담당자들도 엄청 반대했어요. 하지만 다 행복해지기 위한 것이라고 설득하니 이해하더라고요."

안 대표는 이런 면에서 다른 음원 사이트들도 함께 행동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이건 음악업계 자생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추천제가 불공평하다면 업계들이 모두 뭉쳐 함께 폐지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이어 아티스트와 누리꾼도 함께 동참해야 한다"며 "아티스트는 사이트에 자신의 곡을 추천해달라고 청탁을 하지 말아야 하고, 누리꾼 역시 추천된 곡을 듣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음원 사재기를 유발하는 실시간 차트도 조만간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실시간 차트는 그냥 매시간 아이돌 음악 위주로 모든 가수의 등수를 정해버린다"며 "노래 잘하고 능력 있는 아티스트, 연배 있는 가수들이 기회를 잡지 못하고 소외된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모든 음악을 1등부터 100등까지 등수를 매길 생각은 없다"며 "실시간 차트는 한국 음악의 장르 다변화에도 도움이 안 된다. 폐지하는 게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신 장르별 차트를 대안으로 내세웠다. 개인을 위한 큐레이션은 장르별 차트가 정착돼야만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 마지막으로 추천제 폐지가 음악업계에 어떤 변화를 일으켰으면 하는지 물었다.

"일단 저희가 방아쇠를 당겼지만 이제는 다른 분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린 것 같아요. 문제점이 있으면 모두 다 같이 조금만 양보해 바꾸면 됩니다. 그래야 음악산업이 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