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그룹 다이나믹 듀오(개코·최자)가 7집 '럭키넘버스'(Luckynumbers) 이후 2년 4개월 만에 정규 8집 앨범으로 돌아왔다.
1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예스24 무브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새 앨범 이름은 '그랜드 카니발'(GRAND CARNIVAL). 직역하면 '대축제'라는 뜻이지만, 사실은 이들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 모델명이다. 화려한 공연 후에 땀을 식히는 휴식 공간이자, 밥먹고 잠자고 음악 이야기를 하며 길게는 하루 12시간 이상을 보내는 곳이다.
개코는 "이번 앨범은 가장 저희의 현재를 솔직하게 풀어낸 앨범"이라며 "이전 앨범에서는 다채로운 색깔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면 이번 앨범에는 겨울에 듣기 좋은 음악이 많이 담겼다"고 소개했다.
그의 말대로 이번 앨범은 이전에 보여준 중독성 있는 후렴구나 강렬한 비트의 음반보다 훨씬 차분한 분위기다.
이들은 특히 8번 노래인 '도돌이표'가 앨범의 주제를 가장 잘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도시에서의 삶이 '도돌이표'인 것 같아요. 아주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고 집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제자리에 돌아오는 거죠. 조금 더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조금 좋은 차 타고, 세금 내고. 그러다 보면 '작년이랑 크게 다른 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최자)
1996년 CB MASS 시절부터 따지면 이들이 가수로 활동한 기간은 벌써 20년에 가깝다. 2006년 다이나믹 듀오가 주축이 돼 설립한 아메바컬쳐도 올해로 운영 10년째가 됐다.
"그동안 음악에 회의감이 들 정도로 많은 일을 겪었다"는 이들은 그 굴곡을 지나면서 한 고뇌의 결과물을 가사에 적었다.
개코는 "특별히 사회적인 메시지를 넣자고 생각하기보다 우리가 지금 세대에서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쓰자, 가장 솔직하게 용기를 내서 쓰자고 생각했다"며 "과하게 비판하기보다 담백하게 저희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여러 분이 '나도 그랬었는데'하고 말씀해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자는 '슬럼프를 뛰어넘다'는 의미가 있는 곡 'J.O.T.S'(Jump Over The Slump)를 소개하면서 "저희보다 젊은 세대 친구들이 출구 없는 삶을 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탈출구를 찾으려는 몸부림을 뮤직비디오에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솔직함을 내세운 전략은 이번에도 통했다. 타이틀곡 '꿀잼'은 이날 정오 공개되기 무섭게 멜론, 지니, 몽키3, 엠넷닷컴, 올레뮤직, 벅스, 네이버뮤직, 소리바다 등 7개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최자와 공개 연애 중인 설리의 이야기도 피해갈 수 없었다. 설리는 이날 음원이 공개되자 자신의 SNS(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앨범 수록곡 '겨울이 오면' 재생 화면과 함께 응원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최자는 "앨범 나오기 전에 항상 지인들에게 들려주고 모니터링을 하는데, 여자친구가 유독 그 노래를 좋아하더라"면서 "여자친구가 그 글을 올리는 데도 용기를 많이 낸 것 같아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최자는 사랑 노래인 '있어줘'의 가사를 소개하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누가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고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려 했다"고 설명해 그동안의 고민을 넌지시 드러냈다.
비트 구성과 편곡을 거의 모두 책임진 7집과 달리 이번 앨범에서는 전곡의 비트를 크러쉬, 버벌진트, 피제이(PEEJAY), 그레이, 딥프라이 등 동료·후배 음악가가 만들었다. 대신 개코와 최자는 가사에 더 집중했다.
최자는 "다른 음악가와 협업을 하니 음악적으로는 신선하고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가사 면에서는 저희가 하려는 얘기를 더 깊이 있게 전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젊은 힙합 음악가가 줄줄이 데뷔하고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 개성 강한 힙합 음악이 소개되는 추세에 대해 "기술적인 것은 물론 가사, 패기, 에너지, 이런 것을 정말 많이 가진 아티스트가 요즘 음악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때문에 이 흐름을 따라가야 하는지, 아니면 우리만 할 수 있는 고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활동해야 하는지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먼 길을 갔다가 '아닌 것 같아' 하고 돌아오기도 했고요. 앞으로도 고민은 계속 할 것 같아요."(개코)
그럼에도 이들이 내세우는 강점은 연륜이 주는 '공감'의 능력이었다. 이제 30대 중반을 넘어선 이들의 인생 경험으로 귀보다 가슴을 울리는 음악을 만들겠다는 소견을 밝혔다.
"저희는 그 친구들(신인)보다 더 나이가 많고, 지금 저희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또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공유할 수 있는 음악이 있고요. 저희 팬도 저희와 같이 나이 들어가고 있죠. 그분들과 같이 늙어가고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게 저희의 강점이 아닐까 싶습니다."(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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