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시카그 트리뷴 화면 캡처, 영시라크 시사회장의 스파이크 리 감독
[사진]시카그 트리뷴 화면 캡처, 영시라크 시사회장의 스파이크 리 감독

미국의 대표적인 흑인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58)가 시카고 남부의 총기폭력 실태를 알리기 위해 제작한 영화 '시라크'(Chi-Raq·샤이랙)가 무성한 논란 끝에 베일을 벗었다.

23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과 ABC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 밤 8시 시카고 도심 명소 '시카고 시어터'에서 리 감독의 최신작이자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이 첫 극장 개봉용으로 만든 영화 '시라크'의 시사회가 열렸다.

이 행사에는 리 감독과 여주인공 티요나 패리스를 비롯 제니퍼 허드슨, 존 큐잭, 웨슬리 스나입스, 닉 캐넌, 해리 레닉스, D.B 스위니 등 주요 출연진, 시카고 남부의 인권운동가 마이클 플레저 신부 등이 참석했다.

객석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전략가이자 백악관 선임고문을 지낸 데이비드 액설로드 시카고대학 정치연구소장과 지역 정치인들, NBC방송 '시카고 파이어' 주연배우 이몬 워커 등이 자리해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애초 이 영화는 시카고 남부 흑인 밀집지역을 총탄이 쏟아지는 이라크 전쟁터에 비유한 극단적인 제목으로 눈길을 끌었다.

람 이매뉴얼 시장과 일부 시의원들은 "특정 지역에 몰려있는 범죄를 부각시켜 전반적 도시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며 제목 변경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매뉴얼 시장은 시사회에 초대됐으나 중국 출장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외려 "영화가 지나치게 극적이고 감성적이어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시사회 관객 셸비 무어는 "영화를 보면서 웃고 울고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사회운동가 쉴랜드 스미스는 시카고 남부의 신산한 현실을 상기하면서 "리 감독이 도시 빈민가에서 가난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소수계를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시카고 트리뷴의 영화 평론가 마이클 필립스는 "이 영화가 대부분 모든 관객을 화나게 만들 것"이라며 "시카고, 특히 젊은 흑인들에 대한 살인 통계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그려낸 방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상영시간 2시간짜리 영화 '시라크'는 유머와 풍자를 이용해 시카고의 총기폭력 실태를 그리고 있다.

아리스토파네스가 쓴 고대 그리스 희곡 '리시스트라테'(Lysistrata)의 현대판으로, 여성들이 남편 또는 남자친구와의 동침을 거부하는 것으로 폭력 반대 시위를 벌여 남성이 손에서 총기를 내려놓도록 한다는 이야기다.

시사회에서 리 감독은 "시라크는 삶과 죽음에 관한 영화이고, 생명을 구하는 것이 제작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플레저 신부는 올들어 지금까지 시카고에서 2천300여 명이 총에 맞고 400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이 숫자는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영화에서 총기 사고로 딸을 잃은 어머니 역을 맡은 배우 허드슨은 실제 2008년 시카고 총기 사고로 어머니와 조카를 잃었다. 허드슨은 이 영화가 총기 폭력 실상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고, 변화를 불러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라크는 다음달 4일부터 15일까지 미 전역에서 '제한 상영' 방식으로 개봉하며, 곧이어 아마존 비디오에서 유통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