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 바움백 감독과 배우 그레타 거윅이 영화 '프란시스 하'에 이어 3년 만에 다시 뭉쳤다.
무용수란 꿈을 좇아 거침없이 달렸던 27살 프란시스 역을 연기했던 그레타 거윅은 노아 바움백의 신작 영화 '미스트리스 아메리카'에서 자신의 숙원인 레스토랑 개업을 위해 좌충우돌하는 30살 브룩으로 변신했다.
프란시스가 나이 세 살을 더 먹었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그런 모습을 그린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영화의 각본 작업에도 거윅이 참여했다.
뉴욕의 버나드대학에 입학하게 된 트레이시(롤라 커크)는 대학생이 되면 인생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원했던 문학 동아리에 지원하지만 연거푸 퇴짜를 맞고, 자신과 같이 문학 동아리를 지원하면서 '썸'을 타게 된 친구 토니(매튜 쉬어)는 다른 여자와 연애를 한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람들과도 어울리지 못한 트레이시는 부모의 재혼으로 의붓 언니가 된 브룩에게 연락한다.
뉴욕의 상징적인 장소인 타임스퀘어에서 화려하게 등장한 브룩은 문자 그대로 잘 나가는 '뉴요커'의 삶을 산다.
시끌벅적한 클럽과 파티에 다니며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트레이시는 그런 브룩을 동경하고 따른다.
하지만 브룩의 삶이 화려한 것만은 아니다. 고등학교만 졸업한 그는 헬스클럽 강사, 중학생 과외 등 파트타임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으며 그가 사는 아파트 역시 누추하기 짝이 없다.
그의 오랜 꿈인 레스토랑 개업도 좌초될 위기를 맞는다. 남자친구가 갑작스럽게 투자 의사를 철회해서다.
브룩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유한 전 남자친구인 딜런(마이클 체르너스)을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그 길에 트레이시와 트레이시의 친구 토니, 토니의 여자친구가 함께하면서 영화는 중반으로 접어든다.
브룩은 30대에 접어들었으나 여전히 활기가 넘친다. 하지만 허세가 적지 않고 신경질적이다.
브룩의 극중 대사와 같이 하고 싶은 것들은 많은데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능력은 점점 고갈돼서다. 현실과 이상의 간극이 벌어질수록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영화 제목 '미스트리스 아메리카'의 의미에 이런 점이 잘 드러난다.
'미스트리스 아메리카'는 브룩이 구상 중인 드라마의 제목이다. 낮에는 공무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슈퍼 히어로로 변신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현실(공무원)과 이상(슈퍼 히어로)의 분리. 낮과 밤이 서로 만날 수 없듯 공무원과 슈퍼 히어로의 분열증적 삶은 실제 세계에서 지속가능하지 않다.
작가 지망생답게 통찰력이 있는 트레이시는 이런 점을 알고 있었다. 트레이시는 브룩을 모델로 쓴 소설의 제목을 '미스트리스 아메리카'라고 짓는다.
하지만 브룩의 삶이 실패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트레이시는 영화의 결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메도우(소설 속 주인공)만큼 멋진 사람은 없다. 메도우는 로맨스와 실패를 안고 사는 마지막 인류이다. 세상은 변해가고 메도우 같은 사람은 갈 곳을 잃었다. 소시민에게 희망의 불꽃이 된다는 건 외로운 일이다."
밤의 세계를 잊고서 낮의 세계에만 안주하려는 현대인들에게 묘한 울림을 주는 영화다.
12월 1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8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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