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일대기를 다룬 전기영화 "나를 프란치스코라 불러 달라"의 세계 첫 시사회가 '서민의 교황'이란 호칭에 걸맞게 빈민들이 초청객으로 참석한 가운데 1일(현지시간) 교황청에서 열렸다.
다니엘레 루체티 감독이 제작한 90분 짜리 이 전기영화는 이날 교황청내 7천석 규모의 요한 바오로6세 홀에서 다수의 특별 초청 빈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일반 영화 시사회와는 달리 아주 소박하게 베풀어졌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극성스러운 팬들의 고함소리와, 까다로운 레드카펫 행사, 사치품들로 가득찬 선물백으로 끝나던 기존의 영화 시사회와는 달리 이날 시사회는 스위스 근위병악대의 행사를 제외하곤 소박하고 검소하게 진행됐다.
주로 노숙자들과 난민, 노년층인 초청객들에게는 샌드위치와 과일, 참치캔 등이 담긴 선물 주머니가 주어졌다.
시사회 참석자들의 선정 작업을 주관한 교황청 자선원의 디에고 라벨리 신부는 시사회의 상당수 초청 티켓이 빈민과 그들을 돌보는 자선봉사들에게 할당됐다면서 "교황은 하층민과 빈민들에게 합당한 영예로운 자리를 제공하길 원했다"고 말했다.
이들 빈민 초청객들은 로마 교외 난민센터나, 교황청 공공샤워장을 이용하는 노숙자들, 집시마을 등지에서 자선단체의 인솔하에 단체로 참석했다.
시사회를 주관한 콘라드 크라제프스키 교황청 자선원장은 "교황을 대신해 여러분의 집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면서 "이곳은 여러분의 집"이라고 말했다.
루체티 감독이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교황의 본명) 생애의 중요한 순간들"이라고 묘사한 이 전기영화는 처음 1960년대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거슬러 올라가 젊은 베르고글리오가 먼지 가득한 자연사박물관에서 한 소녀에 갑자기 키스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참석한 젊은 수녀들은 킥킥댔으며 당시 예수회 수사였던 미래의 교황이 상급자들로부터 "기도가 시원찮다"고 질책을 받는 장면에서는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전기영화는 주로 호르헤 비델라가 이끌었던 아르헨티나 군사독재 정권하의 어려운 시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당시 광범위한 인권침해와 실종이 횡행하는 시기에 베르고글리오 신부는 아르헨티나 예수회 관구를 이끌고 있었다.
영화 제작을 위해 교황에 대한 수십명의 찬반론자들을 인터뷰한 루체티 감독은 "교황은 현재의 위치에 도달하기까지 일부 지옥들, 심지어 한 두차례의 연옥을 지나왔다"면서 자신과 제작진이 교황에게 자문을 받으려 했으나 일체 응하지 않아 "마치 어둠속에서 작업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교황청 의전 책임자이자 교황의 오랜 아르헨티나 친구였던 기예르모 크라체르 신부가 영화를 보고 "사실적"이라고 평가하자 안도했다.
이 영화는 3일 이탈리아내 영화배급으로는 이례적으로 많은 700개 극장에서 상영되며, 1천300만 유로를 들인 제작자 피에트로 발세키는 "배급업자들이 영화를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에서처럼 영화에서도 교황에 대한 청중들의 인기는 여전했다. 베르고글리오 신부가 부에노스아이레스 교외 지역 철거를 저지하기위해 노력할 때, 그가 자신의 캐치프레이즈인 "나를 위해 기도해 달라"라고 말할 때, 그리고 그가 교황에 선출돼 베드로 성당의 발코니에 등장할 때에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제작자 발세키는 교황이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만약 교황이 영화를 본다면 보통 사진을 보고 말하는 사람들처럼 "나쁘지 않은데..."라는 반응을 보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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