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곡의 생명력이 짧은 인스턴트 음원 시대에 17곡을 채운 정규 앨범을 냈다.
그것도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시대별 흑인음악으로 가득 채운 앨범이다.
8일 5년 만의 정규 앨범인 4집 '솔 쿡'(Soul Cooke)을 낸 남성 중창그룹 브라운아이드소울(나얼, 정엽, 영준, 성훈)의 이야기다. 접시에 카세트테이프를 풀어놓은 재킷처럼 흑인음악을 요리해 차려낸 '17첩 반상' 같다. 이 앨범은 싸이와 지코 등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각종 차트를 '올킬' 했다.
브라운아이드소울이 이날 오후 강남구 논현동에서 음악감상회를 열고 "앨범에는 서사가 들어 있어 전체를 들으면 하나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며 "CD를 모르는 어린 친구들도 있다던데 감성이 소멸해가는 것 같다. 요즘 복고가 트렌드이니 다시 그런 분위기가 살아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라고 정규 앨범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4집은 1970년대 필리 솔(Philly Soul)부터 1990년대 알앤비(R&B), 모던 솔, 펑크, 재즈 등 시대를 대표한 흑인음악을 한국적인 감성을 버무려 완성했다. 앨범 제목인 '솔 쿡'에서 '쿡'(Cook)을 'Cooke'이라 표기한 것도 '솔 레전드' 샘 쿡(Sam Cooke)의 성에 붙은 'e'를 더해 존경을 표시한 것이다.
한국적인 솔에 대해 나얼은 "미국 음악이지만 이해가 어느 정도 있느냐, 열정이 얼마큼 있느냐의 문제 같다"며 "그 열정으로 만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우리의 정체성이 담긴다"고 말했다.
정엽도 "우리가 듣고 자란 음악을 지금 하고 있는 것"이라며 "인종보다는 '응답하라 그 시절'의 향수를 재생산하는 게 한국적인 솔 같다"고 거들었다.
아카펠라 트랙으로 문을 여는 4집은 신곡 11곡에 지난해 낸 4집의 사이드A 수록곡 6곡을 더했다. 타이틀곡은 '밤의 멜로디'와 '홈'(Home) 두곡이다.
'밤의 멜로디'는 필리 솔 풍의 중창 발라드로 팝송을 개사한 듯한 가사와 애절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이다.
영준은 '밤의 멜로디'에 대해 "필리 솔에 한글 가사가 맞을까 고민했는데 작업을 한 뒤 무척 만족스러웠다. 한국적으로 만들어보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 곡이 음원차트 1위를 한데 놀라워 한 멤버들은 "필리 솔은 1970년대 미국에선 대중적인 음악이었다"며 "전체적인 사운드가 옛날 소리이고 멜로디 중심의 곡이어서 공감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보다 더 대중적인 '홈'은 가정을 소재로 한 전형적인 팝 발라드다.
나얼은 "기존에 우리가 보여준 하모니 위주의 팝 중창곡"이라며 "사랑 얘기보다는 사회의 기본 단위인 가정을 주제로 아름다운 가사를 찾아 따뜻한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나얼의 '랩처'(Rapture), 영준의 '어떻게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등 각기 개성 있는 솔로곡도 담은 이들은 자신들의 요리 재료를 열정, 호흡, 목소리로 꼽았다.
나얼은 "'쿡'이란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가 '열을 가해 요리하다'인데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재료"라고 했고, 성훈은 "10년 넘게 함께 하다 보니 호흡이 잘 맞고 친한 게 무기"라고 강조했다. 정엽은 자신의 가성을, 영준은 목소리 톤을, 성훈은 MSG 같은 목소리를 꼽기도 했다.
멤버들은 과거의 음악을 시대별로 재현할 수 있는 건 굉장한 특권이라며 "과거의 음악을 사랑하고 좋아해 자연스럽게 그런 음악을 하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기자회견은 브라운아이드소울이 데뷔 이래 처음 마련한 자리. 멤버들이 긴장하고 어색해하는 모습은 큰 웃음을 주기도 했다.
방송이 아닌 앨범과 공연으로만 활동하는 이들은 "이번 앨범 역시 방송 활동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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