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어 '어린왕자' 스틸컷
[사진]영어 '어린왕자' 스틸컷

"마음으로 봐야 잘 볼 수 있지.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프랑스 비행기 조종사이자 작가인 생텍쥐페리의 대표적인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한 말이다.

어린왕자가 지구를 떠돌다가 여우를 만난다. 어린왕자는 이 여우에게서 '길들인다'는 개념을 배운다. 서로에게 길든 어린왕자와 여우. 여우는 헤어질 때 자신의 비밀이라며 어린왕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 문장은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또 새롭게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한 영화 '어린왕자'에서도 마찬가지다.

'쿵푸 팬더'를 연출한 마크 오스본 감독이 선보인 '어린왕자'는 원작 소설의 내용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덧붙여 소설을 21세기 버전으로 재창조했다.

소설이 조종사가 6년 전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했을 때 겪었던 경험을 들려준다면, 영화는 소설 속 화자인 조종사가 할아버지가 됐을 때 이야기를 그린다.

소녀(멕켄지 포이)는 명문 학교에 들어가는 것이 당면 목표다. 그것이 소녀의 목표인지 소녀 엄마의 목표인지 불분명하다. 엄마는 딸의 인생계획표를 분 단위로까지 세우고는 이를 따르도록 한다. 그렇다고 엄마가 이를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소녀도 이를 거부하지 않는다.

소녀와 엄마는 명문 학교 인근으로 이사간다. 옮겨온 집 옆에는 괴짜 조종사 할아버지가 산다. 젊은 시절 사막에 추락했을 때 다른 행성에서 온 어린왕자를 만난 그 조종사다.

소녀는 조종사 할아버지를 통해 어린왕자(라일리 오스본)를 알게 되고 결국에는 어린왕자를 만나러 여행을 떠난다.

영화는 소녀와 할아버지가 사는 현실 세계와 할아버지가 전해주는, 어린왕자가 사는 이야기 세계를 다른 방식으로 그리고 있다.

현실 세계는 CGI(Computer Generated Imagery: 컴퓨터영상합성기술)로, 이야기 세계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각각 표현했다.

특히 이야기 세계는 생텍쥐페리가 직접 그린 삽화를 거의 그대로 따와 원작의 삽화가 준 따뜻한 느낌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현실 세계는 또한 할아버지와 소녀가 속한 곳이 구분된다.

소녀의 세계는 각이 졌다. 집과 도시, 자동차는 사각형 모양으로 반듯한 모양이다. 심지어 문고리마저 사각형이다. 색감은 무채색으로 어두운 느낌이다.

이와 달리 할아버지가 사는 곳은 곡선이다. 집의 모양도 그의 자동차도 부드러운 곡선형이다. 색채 역시 밝고 생동감이 넘친다.

106분. 전체 관람가. 23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