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영화 '데싸우 댄서스'는 1980년대 동독을 배경으로 한다. 데싸우는 독일 베를린 서남쪽의 도시로, 동독 시절 정부 주도의 체육단이 성행했던 곳이다.
프랑크(고르돈 캐머러)는 꿈이 없는 우울한 18살 청년이다. 신체적 능력이 뛰어나 친구 알렉스(올리버 코니츠니)와 함께 시 체육관에서 체조 교육을 받고 있다.
프랑크는 어느 날 TV쇼에서 브레이크 댄스를 소개해주는 것을 보고서는 이 춤에 빠져 버린다. 당시로써 상상할 수 없었던 동작들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
프랑크는 알렉스와 함께 미국 영화 '할렘가의 아이들(원제: Beat Street)'을 보며 토마스, 윈드밀, 헤드스핀, 프리즈 등 브레이크 댄스의 동작들을 익힌다.
시 체육관의 '인기녀' 마티나(소냐 게하르트)와 거리의 고수 미헬(세바스티안 예거)까지 합세해 본격적으로 진용도 갖춘다.
동독 당국은 거리에서 춤 공연을 벌이는 브레이크 댄서 무리를 잡아들이지만 브레이크 댄스는 동독 전역으로 퍼져 나간다.
동독 당국은 결국 이들을 양성화해 체제 선전에 활용하기로 했다. 시 위원회는 프랑크 팀에 예술인 증명서를 발급하고 코치(힐마르 에이크혼)와 연습실까지 제공한다. 단 이들에게 '애크러배틱 쇼 댄스'라는 엉뚱한 이름을 붙이지만.
프랑크 팀은 춤을 계속 출 수 있고 연습할 공간까지 생겨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데싸우의 유일한 공식 브레이크 댄스팀인 이들은 곧 동독 내에서 인기를 얻고 급기야 텔레비전 쇼에 출연하게 된다.
하지만 하고 싶었던 춤을 추기보다는 체제 선전에 동원되고 있다고 느낀 프랑크 측은 코치의 연출 방식에 불만을 느끼고 '결단'을 내린다.
말 그대로 코미디 같은 이야기이지만 '데싸우 댄서스'는 1980년대 동독의 브레이크 댄스 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1985년 미국 힙합 영화인 '할렘가의 아이들'은 동독을 강타해 당시 청년들 사이에서 브레이크 댄스 열풍을 일으켰다.
동독 지역에 댄스팀이 하나둘 생기고 크고 작은 댄스행사도 열렸다. 당황한 동독 당국은 댄스팀에 등급을 부여하고 이 등급을 받은 팀만 공연할 수 있게 하며 관리에 들어갔다.
1980년대 동독의 대표 힙합 팀인 '크레이지 세븐'도 이런 방식으로 생겨났다.
로스토크에 살던 15살 욜그 프리베노브는 댄스팀을 결성해 동독의 전국 댄스경연대회에서 상위권에 입상한다.
그가 1985년 결성한 그룹 '크레이지 스트리트 브레이커'는 시의회 문화부로부터 '민중 예술단'이란 등급을 받으며 공식적으로 춤을 출 수 있게 됐다. 이 팀이 바로 '크레이지 세븐'의 전신이다.
욜그 프리베노브는 이후 문화부 등급 위원회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다른 그룹의 등급을 심사하기도 했다.
지금의 시선으로 봤을 때 우스꽝스러운 정부 조치이지만 영화는 선악이라는 이분법 구도로 이 사태를 그리지 않는 미덕을 보인다.
정부는 나름대로 자본주의 문화에 자국 청년들이 오염되지 않도록 노력했을 뿐이다. 영화 속 코치는 프랑크 팀이 계속 춤을 출 수 있도록 춤에 대한 이들의 열정과 정부의 요구를 절충하려고 시도했다.
프랑크팀도 춤만 출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정부의 제약을 받아들일 정도로 타협적이었다. 물론 최종적으로 결단을 단행하지만.
어렸을 적 춤을 배운 배우와 현직 비보이가 출연해 보여주는 춤 솜씨도 볼만하다.
91분. 15세 이상 관람가.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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