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 스틸컷
[사진]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 스틸컷

교통사고 후 지난 10년의 기억이 지워진 남자 석원(정우성)은 친구, 가족, 심지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조차 기억이 흐릿해져 괴로워한다.

병원에서 우연히 자신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여자 진영(김하늘)을 만난 석원. 진영을 잘 알지 못하지만, 그녀와 함께 하는 시간에 새로운 행복감을 느낀다.

10년 전 과거에 머물러 있는 석원과의 시간이 소중하고 행복한 진영은 석원이 조금씩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나자 현재의 행복이 깨질까 두려워한다.

'나를 잊지 말아요'는 기억을 찾고 싶은 남자와 기억을 감추고 싶은 여자의 시선을 번갈아 따라가면서 감춰진 비밀이 드러나는 미스터리물 구조를 띤 멜로 영화다.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의 파편을 모아가는 석원의 감정선과 진영이 감추는 기억의 단서를 따라 비밀을 추측해가는 과정이 기존 멜로의 공식과는 결이 다르다.

기억상실이라는 소재가 그간 영화나 드라마에서 극의 클라이맥스나 위기를 위한 극적인 장치로 활용됐다면, '나를 잊지 말아요'는 텅 빈 과거 속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석원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점이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정우성과 김하늘이라는 톱스타 배우가 호흡을 맞춘 사실은 충분한 화젯거리다.

특히, 이번 영화는 정우성이 제작자로 참여했고, 김하늘은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 5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기도 하다.

정우성은 고독한 일상과 지워진 기억으로 감정이 메말라 버린 석원이 새로운 사랑에 빠지고 점차 변하는 모습을 그만의 특유한 눈빛과 분위기로 보여준다.

김하늘은 석원과 달리 아픈 기억을 마음속 한편에 간직하고 있지만, 밝히지 못하는 진영의 모습을 연기했다. 기존 멜로영화 여주인공의 행동반경을 벗어나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과 캐릭터 연기를 소화했다.

'나를 잊지 말아요'는 2010년 단편으로 제작된 동명 영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25분짜리 단편영화 버전에서는 감초 조연 배우인 김정태가 주연이다.

단편을 각본·연출한 이윤정 감독은 배우 겸 제작사 대표이기도 한 정우성의 도움을 받아 영화를 장편으로 만들어 정식으로 충무로에 데뷔했다.

1월 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06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