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영화축제인 제88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앞두고 또다시 `화이트 오스카' 논란이 일고 있다.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이하 아카데미) 회원들이 이번 주 투표에 돌입하면서 작품상과 감독상, 남녀 주연상·조연상을 백인들이 휩쓰는 `백인만의 잔치'가 재연될지 주목된다고 LA 타임스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주요 부문 후보에 흑인 감독의 영화와 흑인 배우들이 배제됐다는 비난 속에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해시태크 `OscarsSoWhite'(오스카는 너무 백인중심적)이라는 여론이 들끓었다.
남녀 주연상과 조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20명 가운데 유색인종 배우는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실화를 담은 `셀마'가 작품상 후보에 올랐지만, 주연인 흑인 배우 데이비드 오옐로우는 남우 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흑인 감독인 에바 두버네이도 감독상 후보에서 제외됐다.
아카데미 남녀 주연상을 흑인이 받은 것은 2002년 덴젤 워싱턴과 2002년 할리 베리가 공동 수상하고 2005년 레이 찰스의 전기 영화 `레이' 주연을 맡은 제이미 폭스 이후로 지금껏 없다.
아카데미가 이 같은 비판을 받아들여 인종 다양성을 강화하는 시도에 나섰지만, 올해도 백인들이 아카데미상을 독차지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신문은 전했다.
실제로 연기상 4개 부문 가운데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Beasts of No Nation)에서 주연을 맡은 이드리스 엘바만이 아카데미상 주연상 후보에 오를 것으로 아카데미상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해시태크 `OscarsSoWhite' 여론이 고개를 들면서 아카데미상 흐름이 다른 방향으로 흐를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스티브 로스 USC(서던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백인들이 올해도 아카데미상을 휩쓴다면 누구도 이를 흡족히 여기지 않을 것이며 아카데미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아카데미는 올해 흑인 배우 윌 스미스와 다른 백인 배우 중에서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고 할 때 윌 스미스를 지명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게다가 올해 TV 아카데미상인 `에미상'이나 음악 아카데미상인 `그래미상'에서 유색인종들의 독무대가 됐다는 점에서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가 예년보다 신중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아카데미가 지난 6월 신입 회원 322명을 받아들이면서 인종과 국가별 다양성을 강화한 것도 주목할 만한 변수다.
당시 임권택·봉준호 감독과 배우 최민식·송강호, 김상진 디즈니 수석 애니메이터 등 우리나라 영화인 5명이 사상 처음으로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 강력한 아카데미상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흑인 배우는 `크리드'의 마이클 B. 조던, `컨커션'의 윌 스미스, `헤이트풀 8'의 새뮤얼 잭슨 등이다. 게리 그레이 감독의 `스트레이트 아우터 캄튼'은 작품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편, 아카데미는 오는 14일 아카데미 부문별 후보를 발표하는 데 이어 다음 달 28일 시상식을 거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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