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 프리먼과 다이안 키튼을 한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영화 '리차드 3세'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을 받은 바 있는 영국의 론 크레인 감독이 연출한 '브루클린의 멋진 주말'(원제: RUTH & ALEX)이 그런 영화다.
루스(다이안 키튼)는 은퇴한 교사이고 알렉스(모건 프리먼)는 화가이다.
둘은 40년간 보금자리였던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를 팔려고 한다. 고령으로 5층 계단을 오르기가 힘들어진 알렉스 때문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새집으로 이사하기 위해서다.
알렉스는 사실 이사를 가기로 한 것이 잘한 결정인지를 주저한다. 윌리엄스버그 다리가 보이는 아파트 전망이 매우 좋을 뿐 아니라 이 아파트에는 사실상 그들 전체 결혼 생활의 추억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부동산 중개인인 조카 릴리(신시아 닉슨)에게 도움을 요청해 집을 내놓는다.
그러는 사이 그들이 애지중지하는 반려견 '도로시'가 아파서 동물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검사 결과 비용이 1만달러나 되는 수술이 필요해졌다.
다른 한편 언론은 테러 공포에 호들갑을 떤다. 이슬람교도로 추정되는 한 사람이 유조차를 다리 한가운데 세워두고는 잠적해서다.
릴리는 9·11 다음 날에도 맨해튼의 집을 팔아본 적이 있다고 호언장담하지만 테러 공포로 집값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전전긍긍한다.
알렉스와 루스는 원래 희망대로 엘리베이터가 있는 새집으로 이사할 수 있을까.
'브루클린의 멋진 주말'은 큰 사건도, 화려한 볼거리도, 찐한 베드신도 없는 영화다.
노부부가 집을 내놓고 이사할지 말지 결정을 내리는 3일간의 과정이 영화의 주된 줄거리일 뿐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적지 않은 시련이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인종문제.
극중 인물의 나이는 명시적으로 나오지 않지만 배우들의 생물학적 나이를 감안해보자. 모건 프리먼은 1937년생, 다이안 키튼은 1946년생. 이들이 결혼할 당시인 1960년대 미국은 어떠했는가.
영화의 대사처럼 미국의 30개주가 흑백 인종간 결혼을 반대하던 시기에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던 그들이다.
영화는 이들이 어떤 시련을 겪었고, 왜 반려견 도로시가 그들에게 중요한지, 그들이 이전에 어떤 사랑을 나눴는지 회상 장면을 통해 담담하게 그린다.
이들의 과거사를 보다 보면 알렉스가 왜 이사를 하겠다고 우기고, 루스는 나중에 왜 '그' 결정을 내리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모건 프리먼과 다이안 키튼, 아카데미상 수상자라는 타이틀을 차치하고라도 둘의 연기 경력만 합쳐도 100년이다.
스크린에서 둘이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는 모습만 봐도 흐뭇한 느낌이 드는 영화다.
92분. 12세 이상 관람가. 2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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